장인의 정신으로 사경하는-최혜공
상태바
장인의 정신으로 사경하는-최혜공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8.23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마음에 법문을 새기며


1권의 첫 글자부터 16권의 마지막 글자까지 그의 16권의 사경노트 안에는 어떤 흐트러짐도 발견할 수 없다. 마음과 다짐이 글씨로 나타날 거라 생각한 걸까? 그는 흔히 쓰는 부드럽고 잘 써지는 펜 보다 무겁고 힘든 펜을 선택했다.


그리고 법문을 나무에 새기는 장인처럼 그의 마음과 노트에 똑같은 크기와 글씨체로 법문을 새겨 나갔다. 1년 반 동안 대산종법사 법문집, 예전, 원불교사, 정전, 대종경, 정산 종사법어를 사경한 강남교당 최혜공 교도, 그를 만나보았다.


# 인연을 만들다


내년이면 10년 무결석, 세 번의 사경 그리고 수도회 서원단 단장. 그는 지금 누가 보더라도 열정적이고 신심 깊은 원불교인 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처음과 시작이 있었다.


“처음에는 안 다니려고 도망만 다녔지요. 아내와 교무님이 그렇게 권유를 했는데도 부담으로만 다가오더라고요.”


신심 깊은 아내에게 자신의 몫까지 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그. 그럴 때마다 아내는 “자신의 기도는 자신이 해야만 길이 열린다”며 입교를 권유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조바심 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그리고 입교, 그 후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는 원불교와 강한 인연의 끈을 맺었다.


“그 전에는 인연의 끈이 약했던 것 뿐, 뿌리는 원불교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법이 너무 좋아 한 3백년 뒤에는 성경이나 코란 보다 우리의 경전이 전 세계적으로 읽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 법비에 젖어들다


그런 믿음이었을까? 그는 작년까지 세 번의 사경을 마쳤다. 첫 번째는 원불교를 알기 위해 쓴 사경이었다. 뭣모르고 시작한 사경이었지만 하면 할수록 가랑비에 옷 젖듯 법비가 촉촉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2004년에 시작한 두 번째 사경. 이것은 그 해 퇴직한 그에게 마음을 채우고 길을 인도하는 등불과 같았다.


“법문의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법문을 음미하고 되집어 보며 저를 뒤돌아 볼 수 있었지요.” 특히 확대경을 보며 썼던 불조요경은 그에게 더 없는 뿌듯함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일까 두 번째 사경 후 그 동안 풀리지 않았던 어려운 일들의 매듭이 한꺼번에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사각사각’ 사경 하는 펜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던 작년 새벽. 그는 몸 속으로 법문이 흡수 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세 번째 사경 때 일이다. “그럴 때면 펜을 놓고 법문을 음미했습니다. 이런 말씀이었구나,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대종사님을 비롯한 세분 스승님의 높은 경륜과 혜안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그렇게 세 번의 사경을 마친 그 후, 그는 많이 너그러워지고 여유러워진 자신을, 작은 것에도 기쁨을 찾는 자신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경을 하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고. 이런 변화가 자신의 노력보다는 사경을 통한 사은의 은혜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그 은혜를 담을 그릇을 만든 것은 분명 최교도 자신이며 그 노력 덕분일 것이다. 김아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