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머무는 자리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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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머무는 자리는 아름답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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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한 주인정신으로...도봉교당 김도경 덕무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언제나 뒤에서 말없이 지켜 봐 줄 것 같아 자꾸 뒤 돌아보게 되고, 나이와 지위 같은 겉모습 보다 인격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와 함께 일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 어느 자리에서나 환영 받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이 여기 도봉교당에 있다.




# 나를 필요로 한다면


도봉교당 김도경 덕무. 그의 나이 올해로 72세, 퇴임을 한지 2년째가 되지만 그는 아직도 도봉교당 교도들이 제일 환영하는 사람, 제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서 있다.


“재작년에 퇴임을 하고 동산수도원으로 들어갔지만, 그 곳이 내 자리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도봉교당으로 전화를 걸었지요.”


30평생 밥을 해 주다 처음으로 남이 해 주는 밥을 먹었는데도 마음은 편치 않았고,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도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편안히 늙어가는 것보다 새로운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필요한 인연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덕무. 그렇게 그녀는 짧은 퇴임 휴식기간을 가지고 한달 열흘 만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그 곳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만 쉬라고 그러기도 했지만, 이왕 이 공부를 하게 됐으니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고 이어갈 수 있는 이 최 전선의 자리에 있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는 데 궂은 자리, 좋은 자리가 어디 있냐고 말하는 그녀. 덕무가 사람들의 생각 속, 교무들보다 낮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해도 섭섭해 하거나 전무출신의 예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단다.


“자리와 예우가 무슨 상관입니까. 이생에서 내가 맡은 배역이 여기라면 마음껏 연기하고 다음 생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면 되지요. 더군다나 지금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니, 이 생에서의 역할이 더 없이 가치 있고 고맙습니다.”


이런 그에게 요즘 부쩍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의 나이 44살, 그리고 아들 10살, 남편과 사별하고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그 때에 그의 손을 잡고 교당으로 이끌어 주었던 사촌 동서 조양원 덕무. 뜻도 모르고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만 한다는 그녀의 불평에도 조양원 덕무는 이 법속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편해질 수 있다며 중앙총부로, 교당으로 원불교 행사가 있는 곳 마다 그를 이끌며 머릿속에 원불교를 심어주었다.




# 언제나 환영 받는 사람


그 인연으로 인후교당에서 전무출신을 발원하고 중앙수양원과 만덕산, 마령 그리고 도봉교당에서 퇴직을 맞을 때까지, 30년 동안 앉을 세도 없이 바쁜 세월을 보냈지만 사회에 있을 때보다 마음은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지금 형님을 만나면 ‘형님 말이 다 옳았습니다’며 이렇게 편안해진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벌써 이생에 계시지 않네요.”


그때 사회로 빠졌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기에 이 자리의 소중함을, 그리고 소중함을 다른 이에게 마음으로 전할 수 있다는 김 덕무 오늘도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서 있는, 당신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사람이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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