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길을 떠나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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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길을 떠나는 설레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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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암교당 겨울정기훈련을 다녀와서 / 서현정 , (안암교당청년회 부회장)

4년째 한해도 빠짐없이 훈련을 나고 있어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회사를 나와 2시간여 버스를 타고 봉도수련원에 다다를 즈음 괜한 설렘이 느껴졌다. 묵직한 사경노트로 배낭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으나 어둠이 내린 우이동 길을 홀로 걷는 그 기분은 봄날 소풍 길을 떠나는 것과 흡사했다. ‘성자의 심법으로 거듭나자’란 주제로 일반, 청년이 모두 함께한 겨울정기훈련. 이 2박 3일은 내게 또 무엇을 선물해 줄까.


성도종 서울교구장님과 최봉은 원무님의 특강은 무뎌진 내 생각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다는 ‘불공’을 잘 하기 위해선 ‘나’라는 부처를 먼저 알고, ‘부처’보는 눈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교구장님의 말씀은 교화에 대한 내 생각을 전환시켜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원무님의 특강은 그야 말로 별천지였다. 한글로 해석된 반야심경을 경쾌한 목탁소리에 맞춰 들려주시는 그 모습은 어느 가수의 콘서트 못지않았다. ‘일체유심조’의 이치만 알고 가도 이 시간은 56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그 말씀처럼 그 어떤 금액으로도 매길수 없었던 그 시간은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모든 도반들에게도 은혜가 가득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내게 선물해준 또 하나의 의두. 훈련 시작과 함께 뽑은 나의 강연 주제는 ‘지금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였다. 인과의 이치를 알고 믿는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건 너무 당연하다’라며 단순하게 접근했던 나였다. 그러나 함께 회화를 나누던 도반과의 대화로 인해 내 생각의 틀은 또 한 번 깨졌다. 당연한 그 이치에 대한 의심병이 없던 나에게 진리가 왜 진리 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그것이 이번 훈련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20대의 마지막 시간. 무엇 하나 진실로 깨달아 내 것으로 만든 것이 없다는 허망감에 내가 진정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허울뿐이지는 않았는지…. 많은 망념에 무겁게 시작했던 올해였다. 하지만 이 훈련은 희망을 보게 했다. 내가 얼마나 큰 인연복을 갖고 있는지를 알았으며, 그 인연들 속에 얼마나 큰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조바심이 큰 독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비록 속도는 나지 않더라도, 옳은 방향을 찾아 한발 한발 정성스레 내 딛는다면 원하는 종착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생각이 해재식 후 집으로 향하는 그 길에도 소풍의 설렘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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