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곱게 적은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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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곱게 적은 교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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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명적인 법명 ... 구로교당 허진태 교도




“하루에 한 장씩, 그렇게 1년 반을 써 내려갔습니다.”


어느 시대의 고서인 듯, 금색 실로 묶인 서책 안에는 대종사님 말씀을 붓글씨(세필)로 적어내려 간 허진태 교도의 단단한 신심이 담겨 있었다. 세필로 손에 박힌 굳은살이, 한땀한땀 수를 놓듯 한시도 정성 내려놓은 적 없는 2년간을 증명하듯 그의 신심을 빛냈다.




# 화선지가 먹을 흡수하듯


3년 전에 입교했으니, 그 중의 반을 교전 사경에 붙어 있던 셈이다.


“이해를 빨리 하려면 사경이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에요. 붓글씨(세필)로 시작한 건 오래 보관하기 위한 것이었고요.”


그저, 사경도 우연한 시작 세필도 ‘어쩌다’ 일 뿐이라는 허 교도, 하지만 시작이 어찌되었든 전주한지를 공수 해 하루에 4시간씩 한자리에서 집중하는 일은 분명 예삿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한자라도 틀리면 다시 한지를 접어 새로 시작하기를 몇 십번. 마지막 구절에서 틀리기라도 하면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하다가도, 다시 붓을 들던 허 교도였다.


“처음에는 틀리지 않는 것에만 여념이 없었어요. 그러다 법문이 보이고, 가슴에 새겨지는 말씀이 생기더라고요.”


사경을 하며 죽음에 대한 준비도, 마음자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 마음에 와 닿는 법문은 큰 화선지에 써서 교전 중간 중간에 붙이며 감동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렇게 하며 자신만의 감성 교전을 완성 해 나갔다.


사경을 하다보니 “더 빨리 교당에 왔으면 하는 마음도 종종 들지만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니까요.”


지금은 교전을 완성하고 정산종사법어를 옮기고 있다는 허 교도는 어르신들을 위한 큰 글씨 교전에도 도전하고 싶다. 아니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입교 3년차,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그득할 뿐이란다.




# 아버지를 품은 이름


처형의 권유로 3년 전 입교한 허 교도는 그 앞으로 나온 입교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법명 안에 할아버지, 아버지 이름이 다 들어가 있는 거예요. 인연과 운명이 느껴졌다면 우스울 까요?”


‘할아버지 성함 허진과 아버지 성함 허태’를 품은 진태라는 법명을 받들고, 원불교와의 진중한 인연을 생각했다는 그는, 출퇴근 때면 교당에서 받은 조그마한 수첩에 적힌 일원상서원문과 반야심경, 참회문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수험생처럼 밑줄도 치며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말이다.


“출근길에 반야심경을 외우고 퇴근길에 참회문은 외울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껴요.”


하면 할수록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는 허 교도, 밑줄 그어진 수첩을 손에서 놓을 일은 없을 것이란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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