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른게 예쁘다며 저만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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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른게 예쁘다며 저만 찾으세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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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원봉사자 축제 대각상 ... 여의도교당 이승오 교도



“생각나는 분들 많지요. 처음에는 마음을 안 열다가, 나중에는 요구르트 하나, 덧신 하나 주머니에 살며시 챙겨주시는 분들… 정이 많으신 분들이에요.”


등촌1복지관과 역사를 같이 해온 봉사자 이승오 교도. 15년의 세월 동안 스쳐지나가는 분 들이 많은 듯 고이고이 꺼내 보이는 인연들 하나하나에, 애정이 묻어 난다.



# 봉사를 위해 배운 미용기술


“봉사를 하기 위해 미용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남들 하고는 반대지요?”


허리가 아파 누워있을 때 ‘건강이 회복되면 나눔의 봉사를 실천하리라’ 결심한 이 교도. 이왕이면 기술을 배워 봉사하자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미용학원을 찾아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까지 해야 하나?,그랬지요. 근데 처음 봉사를 나갔는데, 그 분들 처음 질문이 ‘자격증이 있느냐?’ 묻는 거예요.”


‘뭐 이런 질문까지 하나’ 기분 상했지만, 그 분들의 이유인즉 학원생들이 단체로 와서 실습삼아 머리를 자르고 간다는 것이었다. 이 교도에겐 ‘내가 베푼다’란 상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작이었던 셈.


“봉공의 무게를 쉽게 생각할게 아니구나, 나로 인해 행복해 질 수 있는 봉공인이 되리라 결심했지요.”


그러고 나니, 월수토 복지관으로의 출근은 봉사가 아닌 ‘어르신과 밥 먹는 날’이 되었다. ‘왜냐 물으면’ 봉공은 날 위한 것인 걸 알았기 때문.


“많은 걸 배웁니다.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현재의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없는 살림에서도 나눔을 베푸는 어르신들을 보면 배려와 양보를 배우지요. 그러니 봉공은 주는게 아니라 받는 것이지요.”



# 아낌 없이 주는 사람


이런 이 교도도 힘들고 버거운 때가 있을까?


“처음엔 참기 힘든 냄새가 나는 집도 있었고, ‘왜 왔냐’며 소리 지르고 욕하는 분들도 있었지요. 근데 참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흘러가요.”


이제는 방문미용봉사 10년 차. ‘이렇게 깎아라 왜 이리 못 깎냐’ 투정하시던 호랑이 할머니도, ‘왜 왔나’며 돌아눕던 할아버지도, 이제는 그 분이 대구부자였다는 걸, 왜 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 속속히 아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어느 분은 100원을 주셔요. 커피한잔 빼 먹으라고요. 호주머니에 사탕하나, 요구르트 하나 넣어 주시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육체적인 것보다 심적으로 힘들 때도 많다. 정확히는 세상이 야속하다고 느낄 때 말이다.


“연고 없는 아이들 둘을 데려다 키우신 할머니가 계세요. 참 좋은 할머니인데, 암에 걸리셨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한테 왜 그런 나쁜 병이 생길까, 안타깝고 야속하지요.”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비우고 비우며 어르신들이 편안히 가시기를 다음생에는 건강한 몸으로 오시길 빌고 또 빈다는 이 교도.


“몸이 불편하신 분들만 보다보니, 가끔 기 뺏기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히려 활기차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런 삶을 살고 싶고요. ”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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