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님들 주름은 다 내 탓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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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님들 주름은 다 내 탓이래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9.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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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으로 배운 부모은 , 동포은 ... 구리교당 이청진 교도



“개인한테가 아니라 원불교로 시집온 것 같더라고요. 첫만남부터 그랬어요.”


이청진 교도가 지금도 안 잊어버린다는 가고파 다방. 처음 만난 남편 때문이 아니었다. 옆에 앉은 검정 치마에 하얀 저고리를 입은 여자에게서 얼마나 맑고 좋은 향기가 나던지, 자꾸 눈길이 가더니 급기야는 ‘저 양반을 만나봐야겠다!’며 사랑의 화살이 시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나온 교무님에게 딱 꽂혀 버린 것이다.


“선을 보러 나갔다가 교무님한테 반해서 왔지요. 그러고 나니 남편에게도 점점 호감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사람과 가까이 하니 이 사람도 진실한 삶을 사는 사람이겠지, 하고요.”



# 원불교로 시집 온 새색시


교무님 보증(?) 덕분이었을까, 서청주교당에서 결혼까지 후다닥. 가늘 것 같은 인연줄 한번 잡고 나니 우연은 필연이었다. 시댁은 내 집 네 집 구분 없이 교당살림을 도맡아 하던 어머님과 청년회장이던 시동생까지 어디하나 나무랄데 없는 일원가족이었던 것. 그 시절, 식구들을 찾으러 교당으로 뜀박질도 많이 했다.


“원불교에 대해서 뭘 알았겠어요. 그런데 어머님을 보며 ‘저게 원불교구나’ 싶었지요.”


교전보다 먼저 ‘원불교’를 배운 산 경전, 그게 시어머니였다. 좋으니 같이 교당가고 공부하고, 자신보다 먼저 제 마음을 눈치 채고 다독여 주셨으니 남편과 시누이들이 질투할 만할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도덕 그 자체였고 실천하신 동네의 어머니셨지요. 그 때도 지금도 제 목표가 어머님이 고요.”


그래서일까 20여년이 지난 지금, 동네사람들에게는 도덕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는 ‘엄마’로 불리는 이 교도. 새침했던 새색시는 퍼주는 게 편한, 어머니에게서 느꼈던 ‘원불교 이미지’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 희망의 씨앗은 당신


구리교당에는 그런 말이 있다. ‘행사 때 ‘청진이가 있고/ 없고’로 나뉜다’ 또 원로님들 사이에서는 ‘내 눈가 주름 다 청진이 탓’이라는 소문 돌 정도로 그녀, 참 웃음 많고 에너지 듬뿍인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 빛, 밝은 만큼 어두웠던 시련 밝히기 위해 노력한 것이기에 더 값지다.


“시련도 참 다양한 거 알아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경제적으로 괜찮다 싶으면 다음 시련이 오고, 숨 막힐 때 많았지요. 근데 신기하게도 불행은 희망의 씨앗도 남기고 가는 거예요.”


씨앗은 어머님일 때도 있었고, 법동지, 스치고 지나는 인연일 때도 있었다. 한번의 토닥임도 내 마음보다 먼저 알아채 주는 마음 씀씀이도 놓칠 수 없는 씨앗이었다.


“전, 부모은과 동포은을 글이 아닌 삶에서 배웠어요. 내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도 얼마나 감사해요.”


그래서 언제나 외치는 마음속 다짐, 다 사은님 덕! 그 덕에 내 일, 동네 일 교당 일 안 가리는 오지랖이 생기긴 했지만, 내가 누군가의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다정한 말 한마디, 손에 낀 반지 하나 빼주는 것 전혀 아깝지 않다.


“원로님들이 저 때문에 너무 웃어 눈가 주름은 제 탓이라고 하는 데, 그거라면 문제 없지요. 책임지고 더 웃고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거에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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