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뭐 재밌는 일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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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뭐 재밌는 일 없을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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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쾌한 바람 ... 강동교당 권혜복 교도



60대인 그녀, 핸드폰 문자 보내는 실력이 요새 자판을 날아다닌다는 ‘초딩’못지않다. 다, 단장 3년차에서 나오는 실력. 오늘의 문자는 이거다. ‘하늘이 정말 좋아요. 하늘도 한번 바라보고 이번 주 사경도 잊지 마세요. 이번주는 318쪽까지입니다.’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


“공부 맛을 아는 60대가 모였으니 무엇이라도 해보자 의기투합했지요.”


올해 초, 조석심고와 교전 사경, 상시일기 세 가지를 단 목표로 세운 권 교도. 교사였던 직업정신을 발휘해 월요일마다 숙제(?) 문자를 날리면 단원들의 답문자가 하나둘씩 들어온다. 모범생의 눈웃음 (^^)도 있고, 잊고 있었다는 (^^;)도 있지만 일요일이면 다들 정성스레 쓴 사경노트, 똑같다.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했는데, 되려 문자를 통해 유념할 수 있다고 좋아하세요.”


법회 후면 자연스레 사경 중 어려웠던 부분이 공통화제. 자신의 견해와, 곁들여지는 수다까지 오고가다보니 내년에는 정산종사 법어 내후년에는 성가 사경까지 예약. 그 공부재미 얼마나 쏠쏠한지 ‘단이 바뀌어도 끝까지 챙겨줘야한다’는 후배의 귀여운 협박도 들어왔다.


“인생의 가장 좋은 계절에 같이 공부할 수 있으니 행복하지요. 자꾸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유쾌한 바람 몰고 다니는 권 교도, 교당에도 바람을 몰고왔다. 학교에서 익힌 핸드 벨을 장기자랑 때 선보인 게 계기가 되어 강동교당 핸드벨연주단이 창설된 것. 주말이면 교도들의 요청으로 부채춤과 핸드벨 강좌도 연다.


“핸드벨연주단이 종재 때 성가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는데, 듣는 이도, 연주하는 이도 참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우리는 재밌는데 형님 힘들어서 어떡해?’란 걱정도 듣지만, 가끔 ‘너무 나서는 게 아닐까’ 고민되는 권 교도에게는 힘든 것 쯤. 오늘도 같이 웃고 나누다보면 또 ‘뭐 재밌는 일 없을까?’ 두리번 거리게 된다.



# 법에 물든 고운 빛


“이런 저도 3,40대 때는 우울했었어요. 그 때 본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보면 놀랄걸요.”


오죽하면 봉불식 때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춘 게 두고두고 회자 될 정도로, 우울하고 숫기 없는 그런 때였다.


“우리 법은 그거잖아요. 내가 바뀌어야 모든 것이 변한다. 참 어려우면서도 그게 매력적이었어요.”


‘우선 말을 좋게 해볼까? 그럼 좋은 점을 찾아 봐야겠지?’이리저리 뜯어보고. 8개 싫었던 사람한테서 하나의 좋은 점을 찾으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달리 보였다.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어느 날부터 ‘어떤 종교를 신앙하냐? 참 좋다’ 묻는 사람이 늘었다.


“백지에 물감이 물들 듯, 우리 법에 물들어 고운빛을 낸 거겠지요.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지요.”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며느리에게도 서두르지 않는 것은, 그런 믿음 때문. 원불교 교도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믿고 따라올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리고 4축2재 때면 그 멀리 중국에서도 교당에 다녀왔다 기분 좋게 전하는 며느리가 예쁘고, 믿음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기쁘단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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