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인 그녀, 핸드폰 문자 보내는 실력이 요새 자판을 날아다닌다는 ‘초딩’못지않다. 다, 단장 3년차에서 나오는 실력. 오늘의 문자는 이거다. ‘하늘이 정말 좋아요. 하늘도 한번 바라보고 이번 주 사경도 잊지 마세요. 이번주는 318쪽까지입니다.’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
“공부 맛을 아는 60대가 모였으니 무엇이라도 해보자 의기투합했지요.”
올해 초, 조석심고와 교전 사경, 상시일기 세 가지를 단 목표로 세운 권 교도. 교사였던 직업정신을 발휘해 월요일마다 숙제(?) 문자를 날리면 단원들의 답문자가 하나둘씩 들어온다. 모범생의 눈웃음 (^^)도 있고, 잊고 있었다는 (^^;)도 있지만 일요일이면 다들 정성스레 쓴 사경노트, 똑같다.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했는데, 되려 문자를 통해 유념할 수 있다고 좋아하세요.”
법회 후면 자연스레 사경 중 어려웠던 부분이 공통화제. 자신의 견해와, 곁들여지는 수다까지 오고가다보니 내년에는 정산종사 법어 내후년에는 성가 사경까지 예약. 그 공부재미 얼마나 쏠쏠한지 ‘단이 바뀌어도 끝까지 챙겨줘야한다’는 후배의 귀여운 협박도 들어왔다.
“인생의 가장 좋은 계절에 같이 공부할 수 있으니 행복하지요. 자꾸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유쾌한 바람 몰고 다니는 권 교도, 교당에도 바람을 몰고왔다. 학교에서 익힌 핸드 벨을 장기자랑 때 선보인 게 계기가 되어 강동교당 핸드벨연주단이 창설된 것. 주말이면 교도들의 요청으로 부채춤과 핸드벨 강좌도 연다.
“핸드벨연주단이 종재 때 성가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는데, 듣는 이도, 연주하는 이도 참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우리는 재밌는데 형님 힘들어서 어떡해?’란 걱정도 듣지만, 가끔 ‘너무 나서는 게 아닐까’ 고민되는 권 교도에게는 힘든 것 쯤. 오늘도 같이 웃고 나누다보면 또 ‘뭐 재밌는 일 없을까?’ 두리번 거리게 된다.
# 법에 물든 고운 빛
“이런 저도 3,40대 때는 우울했었어요. 그 때 본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보면 놀랄걸요.”
오죽하면 봉불식 때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춘 게 두고두고 회자 될 정도로, 우울하고 숫기 없는 그런 때였다.
“우리 법은 그거잖아요. 내가 바뀌어야 모든 것이 변한다. 참 어려우면서도 그게 매력적이었어요.”
‘우선 말을 좋게 해볼까? 그럼 좋은 점을 찾아 봐야겠지?’이리저리 뜯어보고. 8개 싫었던 사람한테서 하나의 좋은 점을 찾으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달리 보였다.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어느 날부터 ‘어떤 종교를 신앙하냐? 참 좋다’ 묻는 사람이 늘었다.
“백지에 물감이 물들 듯, 우리 법에 물들어 고운빛을 낸 거겠지요.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지요.”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며느리에게도 서두르지 않는 것은, 그런 믿음 때문. 원불교 교도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믿고 따라올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리고 4축2재 때면 그 멀리 중국에서도 교당에 다녀왔다 기분 좋게 전하는 며느리가 예쁘고, 믿음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기쁘단다.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