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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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을 보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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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송배 시인의 한 주를 여는 시 - 57

이월 그믐께 / 태양이 지열과 만나고 있다 / 창문 짙은 어둠 걷히듯 / 겨울을 이겨낸 미물들이 눈뜨고 / 먼 발치에서 / 아직도 녹지 못한 초췌한 너의 모습 / 움츠린 내 마음 자락에 안긴다 / 간간이 귀띔하는 봄내음 / 섭리의 가교를 막 지나가는데 / 내 엷은 기다림 한 올 / 저 대지 위에 차차 번지면 / 어느 공간 문득 흔들리는 훈풍을 따라 / 서툴기만 한 기지개 아아, / 새 생명의 환희, 그 예비된 순수 / 하얀 네 옷자락에 묻은 사랑 함께 / 지워지는 마지막 겨울 바람 / 그것은 내 가슴 적신 뜨거운 눈물이었다 / 살아 있으므로 더욱 황홀한 / 신비의 울움이었다.



언젠가 캐나다 록키를 여행하면서 온천지를 하얗게 뒤덮고 있는 만년설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신비롭다고 해야 하나,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설빙이 서서히 녹고 있다는 설명에는 의아해진다. 그것은 자연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위험한 상황이란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업보라는 것이다. 북극의 빙산이 녹고 만년설이 사라지는 요즘 지구의 현상들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몇 백년(?) 후에는 지구가 파멸될 것이라는 예언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땅에도 몇 십년만에 봄에 폭설이 내렸다. 3월까지도 동해안에서는 눈이 쌓였다고 한다. 이것도 기상이변이다. 그러나 연약한 우리들 심중 깊숙이 자리한 겨울눈의 낭만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계절이 무감각해진 것일까. 아마도 우리 인간들의 인성이 낡은 것이리라.


아직도 먼 발치에 녹지 못한 잔설이 어쩐지 새 생명의 환희를 예비하는 봄바람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해동하는 이 대지에서 잔설은 시인들의 어눌한 언어를 하얗게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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