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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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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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각감상/ 서도안 , (안암교당)

이번 5회 출가여행에서는 금강경(金剛經) 공부를 했습니다. 금강경의 핵심은 무아(無我), 상(相) 없는 자리입니다. 내가 나라는 것을 고집하고 내 것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비었다는 것입니다. 이기심으로 채우려는 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궁극의 무상(無相)자리는 견성을 해야만 알 것이지만 그러지 않음에도 저는 많은 부분에서 제게 상이 있다는 것을, 특히 아상(我相)이 드러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잘나고 싶은 마음, 드러내고 싶은 마음, 내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 불신의 마음, 그 모든 마음들이 아상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자랑하고 싶고, 좀 더 게으르고 싶고, 좀 더 빨리 자고 싶고,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그런 욕심들을 채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하룻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인과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인과와 사은을 고민하고 공부했지만 정작 감사하고 싶은 것들만 감사하고 곳곳에 있는 모든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못 했습니다. 때론 이기적이었고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훈련은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참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나를 서 박사라고 불러 주셨습니다. 작년에 실제로 한의학 박사학위를 따 진짜 박사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덕분입니다. 그동안 부모님의 은혜를 잊고 살았습니다. 이 역시도 너무나 참회가 됩니다. 그간 인과와 영생에 대해 너무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윤회가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고, 현실의 문제였습니다.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제 어릴 적부터의 꿈은 육도 사생(六道四生)에 있는, 모든 우주의 몸이 있거나 없는 모든 생령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입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그것이 꿈이었습니다. 천수관음이라는 부처님이 있습니다. 대학교 때 알았는데요. 그분은 천개의 눈이 있고 천개의 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천개의 눈과 손으로 중생들을 돌봐주는 부처님입니다.


내 꿈은 제 두 손과 눈을 천수관음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 두 개의 손과 천 두 개의 눈으로 중생들의 아픔을 돌봐주고 어루만져 주셨으면 합니다. 한의사가 되었으면서도 제 꿈은 그것이었습니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 귀찮은 마음, 아상의 마음들에 휩싸여있었습니다. 현실에 지쳐있었습니다. 이번 훈련은 다시 제 꿈을 되짚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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