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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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하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4.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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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송배 시인의 한 주를 여는 시 - 72

시간은 빛깔이 없다 // 늦여름인지 / 초가을인지 / 정말 분간하기 어려운 아침 / 청승스레 비가 내린다 / 비 맞은 나뭇잎 하나 둘 까맣게 지고 / 열매 한 톨 영글지 못하는 부끄러움 /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껴안은 업이었다 // 지나가는 사람들 우들우들 산성비 두렵지만 / 이 모두가 눈 먼 아아 우둔이어라 // 어디선가 지금도 / 물인지 / 독인지 / 어둠으로 쏟아지는 저 개울의 눈물 / 눈물 마신 피라미 하나 둘 온 몸 휘어지고 / 무수한 생명 비틀거리는 폐허 / 어쩌면 우리가 / 어지럽게 밟고 지나간 자국이었다 // 시간의 무게 그토록 무거웁다.



‘시간은 빛깔이 없다’ 그리고 향기도 없다. 이러한 무형의 현상에서 우리는 인생과 직결하는 감성을 발견하고 이를 시속에 투영한다. ‘어지럽게 밟고 지나간 자국’에서 ‘무수한 생명 비틀거리는 폐허’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의 기능이나 가치를 인간의 휴머니즘적인 진선미의 탐구에만 몰두하다가 이젠 자연 파괴에 대한 복원과 사랑의 이미지로 바뀌는 시인들의 정서를 읽게 한다. ‘물인지 / 독인지 / 어둠으로 쏟아지는 저 개울의 눈물’은 바로 문명이라는 시간의 부산물에서 생성된 독소를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다.


거기에는 그 ‘눈물 마신 피라미 하나 둘 온 몸 휘어지’는 이 세상은 바로 인간과 자연 모두가 파멸이라는 무서운 위기를 예감하는 언어가 작품의 주제를 이루고 있다. 혹자는 이 지구가 파멸할 것이라는 위기를 말하지만, 우리들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기후의 변화도 없고 산성비가 내리는 곳 ‘열매 한 톨 영글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시간의 무게만 안타깝게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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