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지키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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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지키기가 어렵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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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76

오전에 한바탕 비가 오고 난 뒤 해 질 무렵에 행인들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서 지렁이 한 마리가 마른 흙을 뒤집어쓴 채 사투를 벌입니다. 이놈은 필시 비가 오자 풀 속에서 물기를 따라 기어 나왔다가, 비가 그치고 점차 땅이 마르자 길 한가운데서 돌아가지 못하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 다니는 길이기에 일부러 죽이려하지 않아도 누구든 모르고 밟았다간 지렁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만 생사(生死)가 갈립니다.


폭우가 쏟아진 뒤에 길을 지나다보면 지렁이들이 숱하게 죽어있습니다. 달리는 자동차나 사람들에게 밟혀서 죽은 것들인데, 이렇게 길 위에 여기 저기 죽어있는 지렁이들을 바라보노라면 미물이지만 참 가엾습니다. 아무리 물기가 좋아도 비 왔다고 멋모르고 나왔다가는 쉽게 참변을 당하니, 지렁이도 제 스스로 분수(?)를 지키는 일이 이만저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허나 살면서 스스로 분수를 지킨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우리 인간들도 한때 좀 잘 나간다 싶으면 그런 시기가 영원히 계속될 줄 알고 쉽게 과욕을 부리다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돈 좀 챙기겠다고 뇌물을 받다가 감옥에 가는 정치인, 공무원들. 주식투자로 한동안 이익을 좀 보면 나중엔 결국 ‘올인’을 해서 가진 돈 다 날리고 자살하는 사람들. 성형수술에 맛 들여서 계속 욕심을 부리다가 나중에 그 부작용으로 땅을 치는 사람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한 자리 얻으려고 유력후보 앞에 아부하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 비록 지금은 대단해보여도 언젠간 허무하게 사그라질 것들을 향해 참 무섭게 달려듭니다. 그렇지만 끝내 자기 분수를 지나쳐서 길 위로 나온 지렁이처럼 되진 말아야겠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여동빈(呂洞賓)이라는 은자(隱者)가 있었는데, 민간설화에 의하면 그는 나중에 도교(道敎)의 신선(神仙)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에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찢어지게 가난했는데도 평생토록 신선 여동빈을 지성으로 받들었답니다. 여동빈은 그 정성에 감동하여 어느 날 하늘에서 그 사람이 사는 집으로 내려왔는데, 살림살이가 너무도 구차한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 없더랍니다. 그래서 여동빈이 손가락 하나를 펴서 뜰에 있는 맷돌을 가리키니 순식간에 맷돌이 찬란한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여동빈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자, 이것을 갖겠느냐?”


그랬더니 그 사람은 뜻밖에도 절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갖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마음씨가 너무 착한 것을 보고 여동빈이 크게 기뻐서 말했습니다.


“네가 이토록 갸륵하니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신선이 되는 대도(大道)를 전해주마.”


그러자 그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신선님의 그 손가락을 갖고 싶습니다.”



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禍)가 없고, 탐욕스러운 것보다 더 큰 허물이 없다.’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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