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詩 2 , - 꿈꾸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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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詩 2 , - 꿈꾸는 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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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송배 시인의 한 주를 여는 시 - 94

어둠의 강을 건너간다 / 밤마다 펼쳐지는 영혼의 강 / 이른 봄인데도 물살이 차다 / 오늘을 건너 내일에 동행해야 하는 / 시간의 물길은 언제나 / 꿈으로 분주히 세속을 떠돌다가 / 저 편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을 / 가녀린 생명의 빛을 예비한다 / 만물이 모두 잠들기 전에 / 경건한 축배의 잔을 들고 / 맑은 도랑물소리를 듣는다 / 이승에서 저승을 건너가 듯 / 장중한 의식은 없지만 / 영혼의 강물은 오밤중에도 /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물은 흐르면서 꿈꾼다. ‘오늘을 건너 내일에 동행해야 하는 / 시간의 물길’은 계절과 밤낮 그리고 계곡 암반에서거나 모래펄에서거나 언제나 꿈으로 흐른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승에서 저승을 건너가’려는 ‘영혼의 강물’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는 것이다.


가스똥 바슐라르는 물의 목소리(音)는 거의 은유적이 아니고 물의 언어는 직접적인 시적 현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물은 우리에게 하나의 육체와 혼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존재로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맑은 도랑물소리’는 ‘만물이 모두 잠들기 전에 / 경건한 축배의 잔을 들고’ 오늘도 한 ‘생명의 빛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의 강에서는 항상 ‘이른 봄인데도 물살이 차다’는 어조는 아직 풀리지 않은 겨울의 물이 어떤 ‘장중한 의식’을 위해서 오늘과 내일로 ‘분주히 세속을 떠돌’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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