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듯 교당출석,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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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듯 교당출석, 변화의 시작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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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디대 원불교학과 동시 입학 ... 가락교당 채정인, 백원호 교도부부



참 다르다. 아내, 입교하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일 많다’며 청소년 수학과외와 청소년분과를 자청했고, 단 중앙도 거절하지 않았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설법 필기 꼼꼼하던 남편은 우선 기본을 쌓아야 한다며 아내를 나무랐다. 하지만 알고 보면, 남편의 뾰족한 말, 직장생활에 살림까지 바쁜 아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에서였고, 아내는 우리가족 복 짓는 일이기에 적극적일 수 있었다. 채정인, 백원호 부부, 속마음은 이렇게 닮아있었다.



# 같이 만드는 인생의 지도


올해,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 3학년에 나란히 편입한 부부. 체계적인 교리공부를 해보자는 데에 의기투합도 했지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 것에 우선 마음 끌렸다.


“교당은 저희 부부에게 마지막 보류처였어요. 매일 날카로운 말로 상처 내고, 원망으로 할퀴었지요. 보다 못한 누나가 마지막으로 교당에 가보자 한거예요.”


일요일 아침,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와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교당에 온 남편 백 교도. 하필 그 첫날 교무님 설법이 ‘미워하지 말라, 미워한 만큼 돌아온다’는 말씀이었는지, 법당 구석에 앉아 눈물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생채기만 내던 아내의 마음이 궁금했다.


“저요? 그 때 전 벼랑 끝이었지요.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나의 실수로 사업이 바닥을 치니, 인생 전체가 부정됐어요.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생각만 했지요.”


아내의 이런 마음을 안 건 이때가 처음. 하지만 소통하려 시작한 대화는 곧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남편은 유무념으로 ‘마음으로도 미워하지 말자. 대화하자’라 잡았고, 아내는 노트에 일상을 기록하며 변하려 노력했다. 인터넷에 ‘습관 바꾸기 모임방’을 만들어 서로 격려도 하고 채찍질도 했다.


“그렇게 네가족이 소풍 가듯이 매주 교당출석하고, 훈련도 갔어요. 바쁘게 사느라 여행도 못 갔는데, 가족여행이고 나들이였지요. 평범했지만, 우리에겐 전혀 다른 일상이었어요.”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남편의 ‘너무 빨리 교당 일을 맡은 거 아니냐’란 말이 과외로 쉴 틈 없는 자신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시작됐음을, 아내의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 ‘지금까지 내 삶에 동력’이었다는 걸 해석 가능해진 부부. 사실 인터뷰를 통해 아내 채 교도보다 먼저 교당 방송반을 맡은 게 밝혀진(?) 남편, 부부가 동시에 “우리가 받은 은혜를 갚아야지요.”라며 웃었다.


“우리 부부는 큰 산을 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르신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린 굽이굽이 산맥을 넘어왔다고. 같은 마음으로 같은 법을 믿고 가면 쉬이 넘을 수 있다고요. 그게 중요하다고요.”


원불교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었으니, 자신들 또한 다른 이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는 부부, 원불교학과 입학은 그 마음의 첫걸음이자, 10년차 부부의 다시 시작하는 1년이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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