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길에서 만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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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길에서 만난 행복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3.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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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손으로 교전 사경완성 ... 상계교당 이성봉 교도



일요일 이른 아침, 이성봉 교도의 법회준비는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한 손으로 단추를 채우는 것도 버거울 텐데, 다림질이 잘 되어있는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양복 단추까지 꼼꼼히 채우고 현관 거울로 마무리 점검까지 하고 나서야 그의 법회 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법회 날이잖아요. 이렇게 내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요.”



# 순풍에 돛 달듯


그런 그가, 얼마 전 교도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뇌출혈로 오른손이 불편하면서도, 왼손만으로 인터넷사경을 완경한 것이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시프트키를 누를 수 없어 쌍자음이 나올 때마다 멍하니 모니터만 봐라봤던 이 교도였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어요. 사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에 다른 일에서도 주저하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었지요.”


하지만, ‘봉산님이 하면 교당식구들도 열심히 따라 올 것’이라는 교도회장의 응원에 사경 등록. 움직일수 있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달래고 어르며 3~4시간을 써도 완성되는 건 달랑 한 단락이었지만, 다시 곧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물론 빨리 해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건 속도보다 마음에 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만큼 정성을 들이느냐, 마음에 담느냐, 그리고 실천하느냐지요.”


느릿느릿, 정성을 다해, 그리고 어쩔 때는 순풍에 돛을 달고 교당 내 1등도 하면서, 그렇게 기분 좋게 2년 동안 교전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나니 어느덧 교전 끝에 와 닿았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파이팅에, 교도들까지 영향을 받아 작년에는 전국 교당 인터넷 사경에서 6위, 올해는 누적 1위를 달성한 상계교당. 덕분에 상계교당에는 사경 완성후에 상품으로 받는 컵을 기다리는 교도들이 줄줄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진 기분이에요. 다른것도 할수 있을것 같아요.”



# 새로운 인생길


일요일이면 법회출석 전에 등산에 조기축구까지 섭렵했던 그, 건강에 자신했고 모든 일에 거리낌 없었다.


“그게 벌써 12년 전이네요.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이상하게 원망이 없었어요. 앞으로 이생의 업을 봉공으로 녹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포켓교전을 탐독하던 학생 때보다, 휴가 때면 교당부터 찾던 군대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이 교도. 아직 성치 않은 몸으로 법회 1시간 전에 출석해 교당구석구석을 살피며 교당 부교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일 교당에 들러 불편한 것은 없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도 살폈다. 또 다른 인생길이었지만, 그래서 더 즐거웠다. 법회와 목요공부방 때는 빨리 필기를 할 수 없어, 한자라도 머리에 새기기 위해 더욱 집중했던 것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축구를 참 좋아했는데 그 축구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더라구요. 하지만 후회하고 원망해서 뭐해요?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지요. 후회 없이 복 짓는 일만 남았어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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