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살, 사은이 키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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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살, 사은이 키운 아이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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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 깊은 마음공부 실천사례 대상 / 강동교당 전명전 교도



# 마음공부로 키운 예쁜 7살



“덩치 큰 선배가 동아리방에서 쪼그리고 앉아 꼼꼼하게 뭘 체크하는데, 거의 다 세모 엑스인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계문이었던 거지요.”


그 성격 좋던 선배가 원불교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왜 10년이 지나서야 문득 생각났을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교당이란 단어를 알고, 전화를 해 방문한 교당의 첫 느낌은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였다. 이걸 보기 위해 ‘어젯밤 좋은 꿈을 꾸었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맞아요. 분위기가 좋아서, 또 사람들이 좋아서가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지요. 아니나 다를까 조금 지나니 귀찮아지더라고요. 근데 바르게 살려면 출석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세웠어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100일 지난 큰 아들을 들쳐 업고 나온 그를 교당 어르신들이 더 걱정할 정도였다. 일요일 아침이면 마음부터 급해지는 자신을 보며 “나 미친 것 아니야? 왜 그렇게 나가지?”했다. 그러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으쓱했다. 예민하고 까탈스럽던 아들도 엄마의 변화를 따라, 자타가 공인하는 ‘잘 키운’ 예쁜 7살이 되었다.


“아이가 자기감정을 알고 멈추기 위해서는 엄마의 공부가 먼저란걸 알았지요.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엄마의 멈춤이 있었겠어요. 정기일기 속에서 나를 보고 또 봤지요.”


낯가리던 그가 연원도 없이 교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변화. 흔들리는 세상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니 넘어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특히 우리 연우와는 인연에서, 원불교는 든든한 손잡이었지요.”



# 보이지 않을뿐


둘째를 기다린 지 6년 만에 그들에게 온 연우. 새 생명을 맞이할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들에게 ‘기형아 위험군’이라는 전화는 청천벽력이었다. 12월 참회기도와 정진기도를 통해 선물처럼 온 아이였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2주, 아이를 위한 기도문은 쓰면 쓸수록 가식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뭘 잘 못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벌레도 죽이지 못하는 내가 이 아기의 생사를 결정하려 하는지, 부끄러웠어요.”


아기의 건강을 염려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에 상처받을 내 자존심 때문에 불안해 했다는 걸 깨닫게 되자,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이 놓였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기도문은 비로소 힘을 얻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건강을 기원하고 싶었어요. 엄마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도리라 생각했어요.”


바람과 햇살 속에서도 사은님의 은혜가 느껴졌다. 아이는 정상이었다.


“일원상서원문을 외우고 가족과 함께 기도를 하든 안 하든 양수검사의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도를 하지 않고 보냈다면 그 기다림의 2주는 지옥이었을 거예요. 기도를 하면서 제 마음을 바로보고 대중을 잡을 수 있었지요. 기도의 위력은 당장 제 눈앞에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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