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성대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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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성대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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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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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히 그러나 쉼없이 전진하는 공부 … 신림교당 정원국 교도



한 번씩 규모가 있다는 교당엘 가면 법당 정면에 프리젠테이션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광경을 보곤 했다. 큰 글자로 법문과 식순이 실려 있고 이따금씩 사진과 동영상까지 상영되면, 교도가 많다보니 교당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도 있지 아닐까 하는 눈 먼 짐작을 했다. 정원국 교도의 설명을 듣기 전까는.


# 마음공부도 습관 배인 사람이 더 잘한다.


“눈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이 바로 앞에 글도 읽기 힘들어하시는 분이 많더라구요.”주말마다 법회안내 프리젠테이션 봉사를 하고 있는 정 교도. 그때서야 기자의 속 좁음이 부끄러워졌다. 좋은 습관들이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더 열심이었다는 정 교도. 별 일 아니라지만 해 본 사람은 안다. 남이 보면 단순한 것도 정작 본인이 하려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그리고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 하는 정 교도 같은 교도들이 있기에 교단이 굴러가는 것도.


마음은 가까운데 몸은 가까이 하지 못했던 그가 교도로 성큼 다가선 건 교무인 처남 덕이다. “마음공부도 습관이 배인 사람이 더 잘한다.”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이후 습관 안 배인 사람이 갑자기 육십 넘어서 한다고 뭐 잘하겠나, 교무님 말대로 습관이 배인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더 잘하지, 그럼 그 습관을 어떻게 들일까 생각했고 나온 결론이‘법회 빠지지 않고 출석하기’였다. 마음 공부보다는 좋은 습관 하나 들인단 마음으로 시작했고 이후 죽 그대로이다.


“욕심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좌절하게 하는 독소 같은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마음공부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욕심 부리는 걸 경계해야해요.”공부가 더디고 부족해 보여도 너무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는 정 교도. 더디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그가 소 같았다.


이제 몸은 습관을 익혀 가고 있는 듯한데 마음공부는 아직 못 그런 것 같다고 차츰차츰 마음공부 습관을 익히겠다지만, 공부라고 이름 붙여서 공부지 둘러보면 공부 아닌 것이 없기에 이미 정 교도는 습이 붙은 공부인이었다.


# 빠른 세상, 초기창립정신으로


뭔가를 익혔다 싶으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그에게 원불교법이 어떤 의미를가지는지궁금해졌다.“ 요몇 년간 제 머릿속에서 항상 되뇌는 것은 원불교창립정신‘이소성대’예요.”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처럼 그 작은 거 하나하나가 모여야 큰 게 이루어진다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버텨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


“누군가는 빨리 가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가려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큰 방향이 맞으면 맞게 갈 건데 내가 여유가 없어서 들떠나보다 생각하죠.”


경계에 부딪칠 적마다‘이소성대’를 새기는 그의 머릿속엔 젊은 시절에 만난 원불교의 첫 느낌을 오롯이 갖고 있다. 정신수양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걸 믿으라는 강압감을 준 것도 아니고 실제 생활을 중요시한다는 게 대학시절‘평생 무얼하며 무얼 추구하며 살아가야할까’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의 고뇌와 맥이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십 년 이상의 공백기를 훌쩍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서 있게 한 것이다.



이정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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