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인이 구하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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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인이 구하는 세 가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7.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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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타원 강순상 교무"잠실교당


반갑습니다. 제가 보은회 월례회 설법을 부탁 받고, 제게 궁금한 것이 두 가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보은회원님들은 요즘 무엇을 제일 원하고 계실까? 하는 것이요, 또 다른 생각은 우리 보은회원님들에게 가장 바쁜일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만약 대종사님께서 이 자리에 임석하셔서 여러분들에게,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물으시면 뭐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성불제중이요” “원음방송 설립이요” 여러 가지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은 안 하셨지만 여러분들께서 가장 바라시는 바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수도인이 구하는 바는, 마음을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자는 것이며, 생사의 원리를 알아서 생사를 초월하자는 것이며, 죄복의 이치를 알아서 죄복을 임의로 하자는 것이니라.」(대종경 요훈품 2장)하셨습니다. 우리 공부인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바는 바로 이 말씀 내용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저희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알아서…하자’라고 하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알아서…하자’는 것은 곧 알지 못하면 얻지 못하고 하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의 원리, 생사의 원리, 죄복의 이치를 어떻게 알아서 자유를 구하는 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마음원리 알아 마음자유 얻자
첫 번째 우리의 원은 「마음의 원리를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자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자유를 얻고 싶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이 무엇인지, 마음의 근본 또는 마음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산종사님께서 성품과 정신과 마음과 뜻을 분석하여 말씀하시기를 「성품은 본연의 체요, 성품에서 정신이 나타나나니, 정신은 성품과 대동하나 영령한 감이 있는 것이며, 정신에서 분별이 나타날 때가 마음이요, 마음에서 뜻이 나타나나니, 뜻은 곧 마음이 동하여 가는 곳이니라.」(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12장) 하셨습니다. 무엇이든 알아야 자유스럽지 알지 못하면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1분 1초, 잠시라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마음을,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쓰면서 부자유스러운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선악간 많은 업, 인연을 지었는지 모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누워있어도, 공원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또는 놀면서도 동정간 일심만 갖춘다면 공부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도학이란 과학과 달라서 무형한 우리의 마음을 찾고 길들이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공부의 정도를 알 수 없지요.
정전 무시선법에 「육근(六根)이 무사(無事)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일심만 들인다면 행주좌와(行住坐臥)가 모두 무비 불리자성(無非 不離自性)이라고 했습니다. 동정간 일심 모으는 데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평소에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마음을 찾고 길들이고 조절하는 것일까요?
우선 마음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 마음이 어디에 있습니까? “법문 듣고 있습니다”하셨는데,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을 듣고 계십니까, 아니면 ‘저 교무가 과연 설교를 잘하나 못하나 어디보자’하는 마음을 갖고 계십니까?
우리는 한순간도 방심할 틈 없이 내 마음을 볼 줄 알아야하겠습니다.

생사원리 알아 생사초월하자
두 번째 우리의 원은 「생사의 원리를 알아서 생사를 초월하자는 것」입니다. 저나 여러분 모두 생사가 둘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로, 생각으로만 알고 있는 것인지, ‘생사를 초월할 수 있는 앎’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제가 아는 교도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조석심고 염불 좌선 법회출석 등 하나도 빠짐없이 공부길을 밟으시던 분이었는데, 글쎄 급성간암으로 20여일 만에 열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연세도 젊으신데다 자식들도 전부 교당에 다니고 그야말로 일원가정을 이루어 남부러울 것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열반하기엔 너무나 안타까워 조금 더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열반을 앞두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중에도 초조한 기색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몇째 서랍 무슨 봉투에 든 돈은 어디에 쓰고 또 다른 봉투에 든 돈은 어디에 쓰고…” 하며 일일이 재산을 정리하시고, 또 유언하시기를 “생사가 둘 아니다, 갔다와서 이 공부 마저 하련다”하시며, “이 법 만났을 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자식들에게 당부하시며 편안하게 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분의 열반을 보면서 저는 우리 법의 위력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끌려가시는 것이 아니라 생사를 자유 하시는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입으로, 생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지 않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생사 초월입니다. 자유롭게 가셔야 자유롭게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갈 때 끌려간다면 올 때도 자유가 없을 것입니다.

죄복이치 알아 죄복을 임의로 하자
세 번째 우리의 원은 「죄복의 이치를 알아서 죄복을 임의로 하자는 것」입니다. 죄와 복의 이치를 안다는 것은 인과보응의 이치를 안다는 말입니다. 죄복을 임의로 한다는 것은 죄와 복이 가게도 하고 오게도 하는 것입니다. 죄복이 가고 오는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이 또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이런 능력이 있으십니까? 제가 보기엔, 보은회원님들께서는 그 능력을 어느 정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죄는 가고 복은 오게 하시는 분들이십니다.
죄 가고 복 오게 하는 일은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왜일까요? 죄와 복을 짓는 도구가 다른 사람에게 있다면 어려울 텐데 그 도구가 바로 내게 있으니 내 맘대로 쓰면 되는 것이지요. 죄와 복을 짓는 그 도구는 무엇입니까? 그 도구는 육근(六根)입니다. 육근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세 가지를 들라면 바로 심(心)·언(言)·행(行)입니다.
어떤 분들이 죄와 복을 임의로 하는 주인공일까 생각해보니 이 자리에 계시는 보은회원님들이십니다. 조금 전 염불 입정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며, ‘28년간 저렇게 정성으로 적공하셨으니 그동안 얼마나 큰 마음복(心福)을 지으셨을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개인을 위해 노력하신 것이 아니고, 공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죄와 복을 임의로 하시는 분들입니다.
또 제가 버스를 탔는데 술에 취한 분이 제 곁에 와서는 몸을 못 가누고 자꾸만 기대는 것이었습니다. 자리를 피할 수도 없고 있기도 어려워 몹시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뒷자리에 계시던 분이 “여보시오,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오시오”하고 그 사람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분의 한 말씀이 바로 복을 지으신 것(言福)입니다.
3년 전 폭우로 파주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그 때 교구 사무감사 중이었는데 오전8시 반에 교구 사무국에 와 보니, 김치 담근 것이 잔뜩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김치를 어디서 샀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전날 폭우가 내려 바로 다음날 수해지역을 도우러 가는데 글쎄 봉공회원님들이 늦게까지 김치를 담그고 교구서 잤다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김치를 담그고 시간이 늦어 집에도 못 가고 교구서 자고는 다시 수해지역을 도우러 간다고 하니 이게 복 짓는 일(行福)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원하는 그 일에 바빠야
자, 이제 보은회원님들은 어떤 일에 바빠야 합니까?
앞에 말씀드린 세 가지 일에 바빠야 합니다. 원하는 일 따로, 바쁜 일 따로 있다면 안되지요. 원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에 바빠야 합니다.
마음을 알아 마음의 자유를 얻고 생사의 원리를 알아 생사를 초월하며 죄복의 이치를 알아 죄복을 임의로 하기를 원한다면 마음을 알아 마음의 자유를 얻기에 바쁘고 생사의 원리를 알아 생사를 초월하는데 바쁘며 죄복의 이치를 알아 죄복을 임의로 하는데 바빠야 합니다. 이같은 일은 일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요, 꾸준히 쌓아온 적공과 정성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조석심고 잘하고 염불 좌선, 법회참석을 잘하면 쉼없는 적공속에 큰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보은회원님들, 세세생생 대종사님의 알뜰한 제자 되어 꼭 성불제중의 큰 서원 이루시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이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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