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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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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영토와 나의 목회활동


지승룡 목사 " 민들레 영토 소장


반갑습니다.
지금 여기 앉아 계신 교무님들을 보면서 저의 할머니가 연상되는군요. 너무나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저는 여섯 살 때 처음으로 다방이란 곳을 갔습니다. 금호동의 용다방이란 곳이었는데 그 안에서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편안하고 좋아보였습니다. 특히 다방에서 일하시는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로 인해 사람들의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런 남자 마담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방에 가면 항상 출입문 앞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한국 최고의 다방 마담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도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구도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방마담이 된 목사님
제가 중학교 시절에 형이 가출을 했었는데 그 형이 자주 머물렀던 곳이 을지로에 있는 수다방이었습니다. 그 다방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고 조폭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방이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좋은 길로 안내하는 주인이 운영하면 좋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우리나라는 유신시대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 힘만으로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면서 마음속으로 그런 인물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 분이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다산 선생님은 세계의 변화 속에서 국가를 위해서 실학운동을 펼쳤던 분이셨고 중국에 수출했던 차를 이용해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아주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산 선생님처럼 되기 위해 더욱 꿈을 구체화하고 확고히 다져갔습니다. 저는 지금도 항상 다산 선생님을 마음속에 사모하면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이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에 입학하면서 점점 이런 꿈과는 다른 곳을 향해갔습니다. 그래서 결국 목사가 되어 교회에서 목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은혜를 주었지만 현실 속에서 변화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교회에서 하느님만을 믿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통해 희망을 주어야 하는가 또 설교만으로 변화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회의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가 아닌 사회로 나와서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회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과 은사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방황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사주셨던 책들이었습니다. 그 책들은 저에게 사랑으로 힘으로 느껴졌고 그 순간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매일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여러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특히 여성지를 많이 봤습니다. 그 책 속에 어려움을 극복해낸 글들을 주로 읽게 되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을 때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정독을 했고 삶 속에서 관련성을 찾기 위해 많은 성찰을 했습니다.

고객을 졸도시킨 사나이
1993년 11월에 도서관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인사동 찻집에 들렀는데 주말이라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서둘러 나가야하는 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잊어왔던 다방 마담이 되어야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다방 마담이 되겠다고 선포를 했는데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방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떡 장사를 하면서 2 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우선 다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사양산업이라면서 만류를 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실망을 했지만 월세 70만원에 10평짜리 찻집을 열었습니다. 테이블은 단 여섯 개였습니다. 찻집을 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모든 것을 주려는 그 마음이 바로 저의 사업 아이템이었습니다. 손님들에게 못자라지 않게 해준다면 이 곳을 다녀간 후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체인점이 10개이며 공간도 2600평으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일년에 250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발전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손님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손님 70%이상이 편안함이라고 말합니다. 그 편안함은 어디서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 저희 민들레 영토는 4000원의 문화비를 내고 원하는 차를 리필하면서 마실 수 있고 찻집 안에 진열해 놓은 서적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찻집 한 쪽에는 영화를 상영하고 컵라면도 드실 수 있게 해드렸습니다. 따라서 4000원만으로도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고갈되지 않게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저는 ‘드시고 더 드세요’라는 테마로 고객에게 어머니께서 자식에게 ‘먹고 또 먹으렴’처럼 사랑을 전해주려고 했습니다. 요즘 기업들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이라는 목표로 고객을 대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고객 졸도’를 더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머니에게 최고의 고객은 아기이며 그 아기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죠. 제가 이런 목표로 찻집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바로 사람간의 대화를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목사시절에 대중에게 일방적인 설교로써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열고 대화로써 서로의 의견과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먹고 더 드세요!
저희 민들레 영토의 사호가 “I LOVE KOREA!"입니다. IMF시절에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깊이 느끼고 싶어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 한국이란 무엇인가? 가장 위대하고 뛰어나고 특별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더 드세요!’라는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찻집 이름이 ‘민들레 영토’입니다. 어떠한 이름이 가장 한국적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민들레가 떠올랐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바람을 타고 240km를 날아가며 어느 환경에서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민들레 영토’로 정했습니다.
처음에 ‘민들레 영토’를 운영할 때 새벽 4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공부하는 학생부터 청소하시는 아저씨들까지 다양했습니다. 저는 그런 손님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어 생일을 챙겨드리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님들의 고민과 다양한 의견 등을 수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번 오신 손님들이 계속 찾아주시고 주위에 소문이 나면서 10개의 체인점으로 늘어나고 일하는 직원들이 500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온라인상으로 메신저와 이메일로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즉 직원들에게 경영자로써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에 귀 기울여 주는 정으로써,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손님들에게 ‘11조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즉 손님이 4000원을 내면 40000원의 부가가치를 얻고 갈 수 있도록 합니다. 한 예로 8000원의 잡지를 진열해 놓았을 때 손님 10명이 본다면 손님은 800원으로 8000원으로 부가가치를 얻는 것이죠. 이처럼 손님들에게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얻어 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러한 경영 속에서 저는 손님들에게 기쁨과 사랑을 주고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종교인들은 교회나 교당이 아닌 밖의 사회에서도 사람들에게 기쁨과 사랑을 전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들레 영토’라는 작은 장소에서 이런 실천을 하는 것처럼 약국이나 병원 등 모든 곳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마이너리티 민들레 영토’라는 이름으로 ‘민들레 슈퍼’ 운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87번째 문명
우리나라는 1992년도에 도시라는 개념이 생겼고 그 당시 도시화율이 3.2%였으며 작년 2002년도에는 국민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90%가 도시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반만년동안 살아온 우리의 삶 중에서 최근 30년은 우리의 과거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30년 동안에 급속하게 변한 ‘도시화’를 잘 살펴보고 그 특징을 알아 대처해 나아가야 합니다. 하비콕스 하버드대 교수는 ‘토인비’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 속에 86번의 문명이 존재했고 현재의 문명은 87번째 문명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86번의 문명은 ‘자연과 가치 그리고 권력의 절대화’라는 공통점을 내세웠기 때문에 흥망성쇠를 반복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87번째 현대문명은 이런 자연과 가치 그리고 권력의 절대화를 상대화했기에 가장 성장한 문명이라고 말합니다.

4가지 특징
이런 현대 문명인 도시는 4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무명성입니다. 과거에는 훌륭한 인물이 역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현대는 필남필부 즉 평범한 사람 각자가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즉 내가 역사 속에서 주인공이 되며 거리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기동성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반 이상이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 급속하게 도시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각 지방의 긴장과 경쟁 속에서 절대 가치화가 파괴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하면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로 생산성입니다. 도시는 옳고 그름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즉 절대적인 것보단 어떻게 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효율적인 것을 생산할지를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 불경성입니다. 과거에는 지위와 명예로써 사람을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도시는 그런 것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습니다. 나이와 직책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그 사람의 살아온 과정을 보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말씀
그렇다면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시에서 우리 종교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봅시다.
첫째 일상성을 탈출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하루 일과를 밥하고 빨래하고 아기돌보는데 허비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도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렇게 허비되는 시간을 축소해주었습니다. 따라서 문명이 가져다 준 시간을 다시 과거의 삶의 형태에 허비하지 말고 자신의 자유와 진리탐구에 투자해야 합니다.
둘째로 지식을 쌓읍시다. 현대 사회는 지식정보 사회입니다. 지식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시간 투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가지 지식정보를 습득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즉 독서를 많이 해서 얻은 지식과 정보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격적 교류를 나누어야 합니다. 종교인으로써 직업적인 만남이 아니라 삶 속에서 인간적인 만남을 통한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종교인들은 이 도시화된 사회에서 진리의 탐구와 지식을 쌓아서 사람들에게 개념적인 언어의 지식이 아니라 따뜻하고 살아있는 행동의 지식으로써 같이 고뇌하고 살아가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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