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의 세상이야기
상태바
박경석의 세상이야기
  • .
  • 승인 2004.06.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청산과 참회
우리는 종종 참회문을 외운다. 이렇듯 수시로 참회문을 되새기는 이유는 우리의 삶 자체가 작업(作業)의 과정이다 보니 수많은 죄업을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게 되기 때문이다. 죄업은 누구도 면할 수 없는 엄중한 것이기에 인과를 아는 사람이라면 참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밝은사회는 과거를 감추지 않는 사회

한 개인도 그럴진대 국가는 더할 바가 없다. 국가도 개인처럼 과거의 과오를 뉘우치고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공식적인 참회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개인의 경우와 다른 점은 그 참회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며, 과거 잘못된 일에 대한 진상규명 및 제도의 보완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및 위령, 기념사업, 관련자 처벌 등 제도적 차원의 조치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멀게는 동학운동, 일제시대와 해방공간, 6·25와 군사독재 시절로부터 가깝게는 5·18 그리고 최근의 민간정부 시대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를 살아오면서 국가적으로 참담한 일들을 참으로 많이 겪었다.
그런데 세상이 밝아지면 인과도 빨라진다 했던가. 지금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과거청산이라는 참회를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더 이상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와있다.
참회를 통해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고 후과를 범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업력에서 벗어나 진급을 하게 된다. 국가도 과거청산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진급을 할 수도 있고, 강급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미래는 얼마나 솔직히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과감히 인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밝은 사회는 과거를 감추지 않는 사회이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히틀러의 나치정권을 용인한 독일국민들에게 나치에 저항하지 않고 살아남은 그 자체도 ‘형이상학의 죄’에 해당된다고 했었다. 직접적인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현실에 타협하고 과거를 외면해왔다면 그 역시 죄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현실타협, 과거외면 역시 죄업

세간에는 굳이 과거를 들추어내어 아픈 과거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주장도 있다. 제대로 된 참회를 하기 위해서는 위에다 냉수도 많이 붓고 밑에서 타는 불도 꺼버려야 한다고 했다. 역사를 망각하는 국민은 반드시 역사로부터 보복을 당하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의 한편에는 아직도 과거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군부독재 시절의 잔재가 남아 불타고 있다.
우리는 최근 서대문형무소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 그리고 군경의문사합동추모제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희생자 영가들의 슬픔을 위로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의 몫이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들과 함께 같은 시간, 공간 속에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내가 곧 그들이었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뼈아픈 과거를 그저 그렇게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똑똑히 기억하고 보전하여 다시는 다음 세대가 그 아픈 기억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과거청산은 국가제도 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참회와 부단한 노력이 함께 뒤따라야만 한다.
화정교당 "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