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 최호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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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 - 최호준교수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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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따라 달리는 선정
요즘 중소기업 정책을 연구하는 한 기관에 조그만 공간이 주어져 학교 외에도 자주 여의도에 나간다. 한강변은 온통 꽃 잔치다. 강물과 벚꽃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여유 없이 분주하던 생활에 틈을 내어 주고 봄을 느끼게 한다.
어느 철학자가 그랬다던가.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것이다. 선택의 학문이라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필자도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서는 항상 자신이 없다.
얼마 전부터 여의도에 나오는 날에는 퇴근시간의 교통정체를 피해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거리 달리기는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처음 나간 날 호기롭게 10km를 달린 이후 이제는 하프 마라톤이라는 20km 남짓을 달리곤 한다. 마포대교에서 가양대교 너머의 왕복인데, 처음 나설 때는 까마득한 거리다. 한강의 야경과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인내와 집중, 그리고 달리기를 마치고 난 이후의 쾌감은 돈 주고 못살 것이다. 무언가를 선택하여 몰두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한가로움을 즐기는 많은 시민들로 붐비는 한강공원을 가로지르지만 숨을 가누며 몸을 추스려 달리는 것은 나 혼자다. 인생을, 아니 영생을 살아가는 주체는 결국 나 혼자인 것이다. 달리기 시작하면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시리다가 배도 불편하고 가슴도 벅차지만 내쳐 달리다 보면 고통이 멈추어 진다. 몸을 느끼고 그 몸의 고통으로부터 분리된 정신을 자각한다. 달리는 가운데 마음은 한 없이 고요하기도 하고 두렷하기도 하며, 달리고 나면 깊이 자고 다음 날 하루가 팽팽하게 느껴진다. 한강 따라 달리며 드는 선정, 진정 영육쌍전(靈肉雙全)이요, 무시선(無時禪)이다.
원불교의 미래는 청소년 교화다. 요즘 청소년은 컴퓨터와 핸드폰, MP3와 디카로 생활하는 포스트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정보기술의 수용이 빠르면서 디지털 세대와 달리 소득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며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중시한다고 한다. 이들이 여러 도반과 어울리면서 선정에 들듯이 몰두할 거리를 제공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한강변에 자리 잡은 서울회관을 탈바꿈할 서울교구청 신축불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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