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내왕시주의사항5조-최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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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내왕시주의사항5조-최정풍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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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바쁜 날


사무실에서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책상을 치우게 됩니다. 불필요한 것을 치워서 책상을 말끔히 비웁니다. 누가 아름다운 꽃을 선물했습니다. 이 꽃을 어지럽혀진 더러운 탁자위에 놓을 순 없습니다. 탁자를 정돈하고 깨끗이 치우고 한 가운데 꽃을 놓습니다.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통화를 할 수는 없습니다. 주위의 소란한 소리를 비우고 조용히 통화를 합니다. 매연 가득한 도심에서 휘황한 네온싸인 불 빛속에서 하늘을 봅니다. 하늘이 보일지는 몰라도 영롱한 별빛을 보긴 어렵습니다. 매연과 인공의 불빛을 비운 자리에서 별은 빛납니다. 귤로 가득한 바구니에 사과를 담으려 한다면 몇 개의 귤이라도 덜어내야 합니다. 비운 만큼 채울 수 있습니다. 마음의 세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마음에 소중한 것이 깃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래서 가장 소중한 일이 비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움의 스승님이신 대종사님께서 당부하십니다. ‘매 예회 날에는 모든 일을 미리 처결하여 놓고, 그 날은 교당에 와서 공부에만 전심하기를 주의’하라고. 장독 뚜껑을 덮지 않고 법회에 왔는데 비가 오면 마음이 장독으로 가버립니다. 몸은 법회에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게 됩니다. 법회 날! 저도 압니다. 이상하게 바쁜 일들이 몰려드는 날입니다. 하지만 비워야 합니다. 일정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와야 합니다. 비우고 교당에 와야 법신불사은님께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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