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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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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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망이야기 39



한겨레학교 학생들이 쓴 문집 ‘달이 떴다’가 세간의 화제입니다. 책을 읽노라면 그 조그만 가슴에 슬픔이라는 쓰디쓴 언어가 숨어 있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들에게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 아물지 않은 뻘건 속살 같지요.


그렇기에 새터민 청소년들이 쓴 문집 ‘달이 떴다’는 안 보고 싶은, 피하고 싶은 한 부분일지 모릅니다. 아이들의 험난했던 탈북이야기나 남한에서 정착해 가는 고통스러운 과정 따위는 외면해 버리고 싶은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북녘에서 함께 했던 동무들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찾습니다. 시를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고향에 떠 있는 달을 추억합니다. 아직도 차가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두만강의 바람과 압록강의 거센 물결에 아파해하지요. 그리고 탈북을 시도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자신도 겪었을 험난한 월경의 체험을 생생하게 담습니다.


“안기고파도 못 안기는 엄마의 품 / 꿈에서도 생각합니다 / 언젠가는 다시 안기리라 / 그날을 기다리며 달려가리라”(홍은희 ‘따뜻한 품’ 중)


“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락엽 위에서 / 미래의 나를 그려보며 / 불행한 사나이 / 행복을 잃었던 그 사나이를 / 용서해주련다”(염충혁, ‘락엽-나의 아빠를 그려보며’ 중)


“그 다음으로 총성이 울린다. 연이어 다섯 발이 울린다. 두 갈래 작은 물줄기로 갈라지던 두만강 물이 무거운 어떤 것을 삼켜버린다. 순간 물색이 빨간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변한다. 두 모녀의 고향인 은덕은 묵묵히 두만강을 지켜다볼 뿐이고, 물 속 어딘가에 있을 두 모녀는 아직도 손을 잡고 있다.”(이정향 ‘찌든 인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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