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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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명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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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상1

옛날 한 스승은 글을 잘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제자들에게 마음을 가르치셨습니다. 단지 흰콩과 검은콩만을 가지고….


흰콩과 검은콩을 한 웅큼씩 갖고 하루를 시작한 제자들은 시시로 때때로 흰콩과 검은콩을 번갈아 가며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잠자기 전 주머니에 담긴 흰콩과 검은콩의 숫자를 헤아리며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대조했습니다.


흰콩은 챙긴 마음, 검은 콩은 놓아버린 마음입니다. 제자들은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일 년, 꾸준히 콩알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챙긴 마음을 일관되게 지켰습니다.


이윽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치는 마음을 바라보고 쳐다볼 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계속 바라보고 쳐다보는 것은 스스로 깨어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제자들은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스승은 어렵고 고준한 언어와 방법으로 선(禪)과 명상(瞑想)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콩알 단 두 개로 그 마음 쳐다보는 법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얼마나 정겹고 재미있습니까? 선이란 그런 것입니다. 명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나무 밑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법당에서 좌복을 깔고 앉아 있는 것만이 명상이 아닙니다. 주의 깊게 깨어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선이고 명상이 됩니다.


정(靜)할 때 깨어있으면 그것은 좌선, 동(動)할 때 깨어 바라보면 그것은 무시선입니다. 그러니 한 순간도 선(禪) 아님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무엇이든지 깨어 바라볼 수만 있다면 삶에서 맞이하는 모든 것을 명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 일상적인 삶이 너무도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한 가지 일에 잡념 없이 빠져 그것을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선이고, 명상의 시작이니까요.


그 명상은 나의 산만한 마음, 과거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불신과 비난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대로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깨우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말입니다.


아무 것도 판단하지 않는 순간을 갖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삶의 경험입니다. 지금 당장 그 침묵 속에 바라봄의 세계에 합류해 보십시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달려왔다면 이젠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 할 때입니다. 자동차의 엔진도 식히고, 운전자의 건강도 살피고, 남아있는 여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일 그 일이 명상이 아닐까요.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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