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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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명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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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상 14

어린 시절의 방학!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수많은 추억들이 있어서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번 벼락일기를 썼다는 겁니다.


매일매일 쓰는 것이 일기인데, 월기 수준이었으니…, 아마도 그때부터 창작열이 있었나 봅니다. 큰 이벤트가 있었던 날은 술술 써내려갔지만 어제와 그제와 다를 바 없었던 날들의 일기는 거의 창작 수준이었으니까요.


특히 관찰, 묘사, 공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때면 마치 소설가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인류에게는 세계사가 있고, 개인에게는 개인의 역사가 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사라져버린다는 말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는 것도 지독한 성실성을 요구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일기를 쓰고 글을 쓰는 작업은 내게는 마음을 치유하는 한 방법이었습니다. 가장 편한 상대와 마주앉아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의 모습처럼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제대로 소통하기위한 통로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글쓰기를 통해 안식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곤 합니다.


명상의 방법으로 일기쓰기를 권하고 싶네요. 일기는 나의 집중력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들을 모두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나를 포장하고 있는 것들을 한 겹씩 벗겨내는데 참 좋은 도구이기도 하구요. 계속 쓰다보면 나의 모습이 보이고, 나의 꿈이 보이고, 나의 세상이 그려집니다. 일기쓰기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도 최고의 습관입니다.


대종사님께서도 일기 기재(記載) 공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재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 듯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면 됩니다. 맞고 틀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솔직한 자기표현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대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음대조란 짜증, 슬픔, 미움, 열등감, 기쁨 등이 일어난 마음을 원래의 마음에 비추어 보는 겁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거울에 제대로 비추어 보면 사라지고, 돌려지고, 이해하게 됩니다.


어딘가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마음을 기록하고, 꿈을 기록하고, 삶을 기록하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입니까?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려면 먼저 일기 쓰는 일을 즐겁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일기장이나 필기구를 사는 것도 좋구요, 평소 이야기 하듯이 편안하게 쓰는 것도 일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날마다 기록하고 펜을 놓지 않고 5분간 써보는 연습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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