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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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과 갈등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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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상 67

며칠 전 도반들과 회화를 하면서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상황이었지만 역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골이 가장 큰 갈등의 요인이더군요.


일하는 사람끼리 감정 상태만 좋다면 오랜 시간 얼마든지 해도 괜찮습니다. 노래 부르면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30분, 1시간만 하면 나가떨어집니다. 감정의 파도라는 것이 그렇게 엄청나서 몸이 감당을 못하게 됩니다. 만약 24시간 갈등을 달고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특히 요즘처럼 더워서 잠자기도 힘든 때에 잠잘 때조차 달고 있으면 정말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가만히 살펴보면 힘들어 하면서도 갈등이 생기면 바로 내보내지 않고, 꼭 챙겨서 곱씹으면서 걱정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을 보면 걱정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못 견디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걱정거리가 있어야 오히려 삶의 의욕도 생기고,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 하는 듯 보이거든요. 갈등을 반갑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쁜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닐 까 생각해봅니다. 부당하다고 여기고 절대 용납을 안 하면 그런 상황이 오려다가도 되돌아가지 않을까요?


고민이나 갈등도 내가 맞아들이니까 들어오더라구요. 누구누구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내 안에 그것들을 즐기는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자꾸 무거워지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십시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큰 일인가? 엄두를 못 낼 일인가? 힘든 일인가? ‘부처님 손바닥 안’ 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자신에게 부담스럽고 크게 다가오는 일들은 정면으로 받아치지 말고 손바닥으로 받아보십시오.


살아가다 보면 외부의 공격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크게 받느냐 작게 받느냐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물론 그게 법력이겠지요. 경계가 생기면 대응하는 방법을 몰라 온몸으로 받기도 하고, 머리를 들이대다가 치명상을 입기도 합니다. 한번 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십시오, 지구도, 우주도, 손바닥위에 놓고 보면 작게 보이는 이치와 같습니다. 실제로 해보시면 약간 미소가 나옵니다.


선(禪)과 수양의 공덕 가운데에는 갈등의 크기를 작게 하는 비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양을 하기 전에는 조그만 갈등이 하나 생기면 죽느냐 사느냐 결판낼 것 같이 심각했었지만 수양을 통해 자신의 그릇이 커지면 갈등들은 점점 작게 보이고, 나중에는 갈등으로 보이지 않게 되니까요. 원광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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