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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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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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문우답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올 여름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열반통지가 부쩍 많이 날아드는 것 같습니다. 급격한 온도 상승에 몸 약한 어르신들이 더 이상 버텨내지를 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열반 외에도 죽음을 뜻하는 용어가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일반사람들이 죽으면 ‘사망(死亡)’이란 용어를 주로 쓰는데, 손위 어르신이나 명망이 있는 유명인들이 돌아가시면 ‘작고(作故)’ ‘타계(他界)’ ‘별세(別世)’ ‘영면(永眠)’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죽음을 뜻하는 다양한 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들 마다 죽음을 뜻하는 또다른 용어들이 있습니다. 가끔 신문에 보도되는 입적하셨다, 선종하셨다, 소천하셨다 하는 생소한 표현들이 바로 각 종교들에서 사용하는 죽음을 뜻하는 용어들이죠. 불교의 경우에는 대개 ‘입적(入寂)’ ‘열반(涅槃)’ ‘적멸(寂滅)’ ‘원적(圓寂)’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모든 괴로움과 일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또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천(召天)’이란 말을, 가톨릭에서는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 는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인 선종(善終)이란 말을, 또 우리와 같은 민족종교인 천도교에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는 뜻을 가진 ‘환원(還元)’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각 종교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죽음을 뜻하는 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각 종교들의 성격이 잘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 원불교에서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열반(涅槃)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열반이란 타고 있는 불을 바람이 불어와 꺼 버리듯이, 타오르는 번뇌의 불꽃을 지혜로 꺼서 일체의 번뇌나 고뇌가 소멸된 상태를 말합니다.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nirvana)’의 음역어로, 불가에서 흔히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하여 미혹과 집착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경지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모든 불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이 열반이라는 용어가 왜 우리 원불교에서는 죽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죽음과 열반을 동격으로 놓고 보는 것은 그리 적절한 단어 사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열반이란 말보다는 입적(入寂)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내생에서라도 사자가 열반의 길에 들어서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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