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 수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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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수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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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문우답

요즈음 지방 곳곳이 올레길, 둘레길, 나들길 등 특색 있는 길을 내놓으며 많은 이들을 걸으며 쉴 수 있는 길로 인도합니다. 강화 지역에는 나들길이 8코스가 있고 첫 번째 길을 ‘심도역사 문화길’이라 명하는데 교당이 이 길을 경유하는 곳이라 한적한 교당 주변을 종종 분주하게 합니다.


작년에 한 후배 여자 교무가 자기도 ‘카미노’(순례자의 길) 다녀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걷기 열풍이 한국사회를 휘두를 때, 저 또한 6년 전 한 마음이 생겨,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땅끝 마을인 피니스테레까지(보통 카미노 대표적인 길) 한 달 동안 걸었던 기억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주어진 임지마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수없이 걸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홀로 걸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서안까지 1만2000킬로미터라는 실크로드의 길을 걸으며 자기만의 체험과 삶의 색깔을 찾는 베르나르 올리비에 같은 이도 만날 수 있었고, 동네 조그만 야산에도 헐떡이며 그걸 자랑하는 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마지막 종점을 보았든지 조그만 모퉁이 길만 돌았든지 나름대로의 삶의 환희와 기쁨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 많은 사연과 어우러짐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서산대사의 이정표를 논함도 있고 현자들의 길 위의 무상함을 이야기도 합니다. 그늘진 곳에서 편안히 쉬기도 하며 때로는 무엇인가 뒤돌아 가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부지런히 내 발만 보고 달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없는 길 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무어라 할 수 없음이 우리이기도 합니다. 그 길속에 우리는 무위이화로 걸음을 향하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도(道)라 하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곧 길을 이름이요, 길이라 함은 무엇이든지 떳떳이 행하는 것을 이름이라 하셨고 이 도의 이치가 근본은 비록 하나이나 그 조목은 심히 많아서 가히 수로써 헤아리지 못하나니라.” 하심을 생각합니다. 우리 원불교인들은 다행히 일원대도의 너른 품안에서 개인으로는 성불의 길로 떳떳이 향하고 있고 인연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은혜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낙원의 길, 희망의 세상으로 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걸음들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떳떳하고 당당한 은혜로움이 있으니 그래서 함께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은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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