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에너지 개벽, 세계를 가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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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에너지 개벽, 세계를 가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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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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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구름은 낮고 바람은 매서웠다. 허물어 내린 베를린 장벽을 만나러 가는 길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민으로써 남다를 수밖에 없나 보다.

재생가능에너지 선진국인 독일 땅을 밟는 것은 탈핵과 에너지전환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이다. 파리에서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한창이지만, 에너지개벽에 마음이 급한 우리일행은 독일로 길을 잡았다. 파리협약 이후 신기후체제를 맞이한 세계는 탄소에 기반한 삶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의'대전환'의 길을 걸어야 한다.

태양의 도시 프라이브루크, 바람과 재생의 도시 함부르크 일정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을 넣은 것은 에너지전환은 통일한국에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통일 되면 세워달라고 기탁 받은 개성 햇빛교당 종잣 돈은 통일과 에너지를 엮어 주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5박 6일의 독일 기후 여정 중 하루를 빼서 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퀼른공항에서 1시간여 비행 끝에 도착한 베를린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가슴은 이미 뭉클해져 있었다. 통일독일수도 베를린은 이름만으로도 그런 곳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일조량이 100시간인 독일 날씨답게 짙게 드리운 먹구름은 비를 뿌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우리 일행만이 살뜰히 챙겨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할 뿐 유러피언들은 이 정도는 일상인 듯 아랑곳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거리를 따라 브렌덴부르크 문에 들어서니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내린 그 자리에 하얀 분단선이 지그재그로 도시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하얀 분단선 위에 섰다. 우리가 준비해 간“ONE KOREA,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합니다”고 쓰여진 펼침막은 그렇게 분단선을 즈려밟고 한참을 펄럭였다.

분단선을 쭉 따라가면 나치독일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한 다짐의 장소인 유태인 학살추모공원으로 연결된다. 전범국가 과거를 드러내 속죄라도 하려는 듯 크고 작은 관을 연상하는 수백 개조형물들은 마치 희생자들의 공동무덤과도 같았다.

걸음을 재촉해 포츠담거리에 세워진 베를린장벽 앞에 섰다.

비가 다시 부슬거리며 내린다. 법복을 챙겨 오신 교무님들은'베를린 장벽앞 통일 기도회'준비에 부산하다. 지나던 사람들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대체 누구일까?'하며 눈길을 던지다'ONE KOREA'를 보고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인다.

빗속 베를린 하늘에 영주, 일원상서원문과 간절한 통일 기도문이 울려 퍼진다. 펼침막을 든 기도인들은'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베를린 장벽기념물을 도는 것으로 기도를 마무리한다. 하나의 코리아! 가야할 장벽은 높지만, 지구상 마지막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걸음 또한 채 잡아야겠다.

길을 재촉해 도착한 체크포인트 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검문소를 기점으로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한반도로 보자면 휴전선의 JSA(공동경비구역) 같은 곳이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흑백사진 속에는 냉전시대의 모습이 잔뜩 담겨있다. 2차 세계대전과 미국-소련, 자본주의 동·서독의-사회주의간의 체제경쟁 속에서 동·서독으로 갈라졌던 독일은 냉전시대의 모순 그 자체였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텔레비전으로나 목격했던 나로서는 그제야 독일통일이 실감났다. 냉전 당시 동-서베를린을 갈라 놓았던 베를린 장벽의 가장 유명한 검문소 옆 기념관 곳곳에는 케네디, 레이건, 스탈린, 레닌 등 벌써 기억 저편의 얼굴들이 등장하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반도 분단 또한 고착되었겠다 싶으니 입맛이 쓰다.

장벽이라는 경계가 상반된 이념을 만들고 대결하게 요술이라도 부리는 걸까? 한반도 장벽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분단의 상징'에서'통일의 상징'이 된 베를린 장벽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관광 상품이 됐다. 통일의 상징 베를린에는 기회와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한반도 휴전선도 곧 그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나브로 통일이 우리 곁에 오는 건 아닌지. 꿈을 꿔봐야겠다. 하나의 코리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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