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기획]백년을 넘어, 원불교의 새 길을 찾다(1)
상태바
[신년특별기획]백년을 넘어, 원불교의 새 길을 찾다(1)
  • 관리자
  • 승인 2016.01.1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특별기획]

▲이병두┃칼럼니스트·번역가,

"기성종교 흉내 내지 마라"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단국대학교대학원 사학과 석사·박사과정 수료. 사단법인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사무국장·사무총장 역임. 현)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2세기의 첫 해를 여는 원기101년, 백년의 역사 동안 원불교는 착실한 성장으로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장기적인 교화 정체와 교헌개정, 교역자 제도 개선 등 산적한 혁신 과제를 쌓아 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울안신문은 원기101년 신년기획으로 “백년을 넘어, 원불교의 새 길을 찾다”라는 제하의 연속 인터뷰를 연재한다. 성직자가 아닌 재가 또는 평신도로서 한국 종교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전문가와 함께 독자들에게 큰 지혜와 통찰 그리고 고언(苦言)을 나누고자 한다.

박대성 편집장 (이하 박) : 불교를 신앙하게 된 인연이 궁금하다.

이병두 사무국장 (이하 이) : 뱃속에서 부터다. 어머님이 산 너머 먼 길을 다니면서 절에 다니셨다. 부처님께 공양미를 올리기 위해 산을 넘어 절에 가는 동안에 한 번도 땅에 내려놓지 않았다고 하셨다. 쌀농사를 지을 때는 부처님께 올리는 몫은 따로 지어서 탈곡기가 아니라 손으로 훑고 집에서 찌어서 공양미를 올리셨다.

: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역임(2010년 7월 ~2015년 5월)하면서 느꼈던 특별한 감상이 있는지?

: 현재 3대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담당 종무관이 있다. 원불교도 담당 종무관을 두자고 건의 했다는데, 개인적으로 특정 종교를 정부가 담당하는 제도에 대해 사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종교가 정치와 연계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본다.

: 원불교가 주류 종교에 편입하기를 원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성 종교가 보이고 있는 부정적인 문제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 한편 교단 혁신에 대한 열망들도 늘어가는 상황이다.

: 어느 종교 단체든 창교(創敎) 100년쯤 지나면 분열이 일어난다. 불교나 기독교나 전부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운 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싸워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교리의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과거의 종교는 법이나 교리에 대한 해석보다는 주도권 다툼이나 권력과 금력의 다툼으로 분열됐다. 종교는 제도화 되는 순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요즘 나는 '불교'라는 제도화된 종교에 몸을 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 지 고 있 다 . 불 교 를' 부 디 즘(Buddhism)'이라고 호칭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더 붓다스 티칭(The Buddha's Teaching)'이지. 불교는'이즘(ism)'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종교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 종교가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 최근의 상황에서 한국 불교의 현 주소를 듣고 싶다.

: 불교계가 잘한 일은 다른 사람이 말씀하실 것 같다(웃음). 불교는 스스로 아직도 큰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선거 때 정치인들이 와서 인사하니까 거기에 국가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잘못이다. 그건 독약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템플스테이'사업도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조직은 커지고 유지를 못 할 것 같으면 그만두면 되는데 정치인들이 관광레저산업으로 분류하여 예산을 늘려주니까, 관광레저 상품이 되었다. 종교가 사람들의 심성을 맑게 하고 안정되게 해줘야 하는데 '상품'이 된 것이다.

최근 벌어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조계사 피신사건도 그렇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형제끼리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부모들이 이런 경우 자식들의 갈등을 해결할 힘이 없으면식을 때까지 냉정하게 기다려야 한다. 이번 일도 피신하러 들어왔으면 끝까지 지켜줘야지 정치권과 재야를 상대로 중재를 한다고 나섰다가 되려 욕을 듣게 됐다.

: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이 어떤 방향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 조계종이 차지하는 불교계의 비중이 90%이상이다. 그런데 종단이 조선시대 천민 콤플렉스(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는 승려를 천민으로 분류해서 도성 출입도 하지 못했다.)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과하게 대접받으려 한다.

과하게 드러내는(불사(佛事) 등으로) 모습이 한편으로 이해는 하지만 이제 극복해야 한다. 또 기독교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있다. 해방 이후에 불교가 현실적인 권력에서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원불교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소수 종단이라는 걸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 불교는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 이런 경우 대개 분화나 분열이 오히려 가르침을 세계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 된 것이다.

불교는 본국에서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세계적으로 꽃을 피웠다. 티벳의 달라이 라마의 경우와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의 경우 고향에서 핍박을 받지 않았다면 유럽과 미국에 전파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불교를 세계로 전파했다고 평가 받는 스즈키 선사(鈴木大拙, 1870~1966) 역시 일본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선을 전파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때로는 아름다운 분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으로는 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는 붓다 사후 100년경에 자산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100년의 원불교는 100년의 불교 보다 몇 배나 많은 재산을 갖추고 있다. 원불교가 이 부분을 조심해야 된다고 본다.

: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 땅을 배회하고 있다. 부처님이 지금의 한국 땅에 다시 오신다면 무슨 일부터 하시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주셨을까 궁금하다.

: 부처님이 당신의 조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부처님의 모국인 카필라국과 코살라국의 전쟁) 앙상한 나뭇가지 밑에 앉아 명상을 하셨다. 지금에 다시 오셔도 그럴 수밖에 없으셨을 것 같다. 그 자체가 수백마디의 말보다 더 큰 메시지였다.

부처님은 싸움난 곳(농업용수 사용문제로 일어난 로히니 강의분쟁)에 가셔도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고 양쪽의 의견을 듣기만 하셨다.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계율의 문제로 교단에 다툼이 일어남)에서도 타이르다가 듣지 않으면 떠나셨다. 그게 해결책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 지금 오셔도 그러실 것 같다.

: 지금은 역설적으로 한국불교가 붓다의 고유한 중도(中道)의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한 것에는 의문이 있다. 정치권력과의 밀착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많이 아쉽다.

: 불교가 약자와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지 않고 일제시대에는 일왕의 장수를 기원하는'천황폐하 성수만세(天皇陛下聖壽萬歲)'라는 글을 적어 불단에 걸어놨고, 지금도 초파일에는 대통령의 이름을 적은 연등을 불전제일 앞에 걸어 놓는다.

과거에 비해서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권력에 많이 취해 있다. 이건 승속이 마찬가지이다. 혹자는'권력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이롭게 일을 한다'고 하는데 종교가 권력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박 : 원불교가 서울에 백주년기념관을 지어 교정원을 옮기고 영광의 국제마음훈련원으로 영성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이런 교단의 활동을 어떻게 보시는지?

: 원불교가 서울시대를 열어 한국 주류사회에 편입한다고 하는데 나는 익산시대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모태였다고 본다. 변방에서 불을 피워야한다. 중심에서 시작한 종교운동은 없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변방에서 오셨다. 여느 종교와 마찬가지로 원불교도 처음의 느슨한 연대가 일정한 단계에서 조직화 되면 영성의 성장이 힘들어 진다.

기성 종교를 흉내 내지 말라. 거기에는 못된 바이러스도 있다. 병균은 밖에서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것이다. 재가·출가의 계급화도 극복하지 못하면 일시적인 성장은 가능하나 장기적으로는 어렵다. 지금은 탈종교화 시대이므로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절이나 교회, 성당에 가야 법을 듣지만 지금은 인터넷만 들어가도 더 좋은 말씀을 접할 수 있다. 원불교는 외부에 기준을 세우지 말고 자기 자신만의 표준을 삼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