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經典을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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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經典을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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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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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법현 교도 / 북일교당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의 출발은 ‘성경 읽기’였다. 성경 어디에도 교황이나 대주교, 각종 직위의 신부들, 수도사와 수녀들, 수도원들, 교회의 정치 개입, 교회의 재산과 비즈니스, 마녀재판, 신도와 성직자의 차별, 성직자들에게 부여된 각종 특혜, 면죄부, 마리아 숭배, 예배의 복잡한 의식 등은 아예 없었다. 그러나 루터 당시의 기독교는 성경에 언급되지 아니한 그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루터는 성경 읽기를 통해 이것을 재배치하고 싶어 했다. 그런 면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은 헝클어진 세계-유럽의 재배열인 셈이었다.


성경 안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루터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반 민중은 라틴어 성경을 쉽게 접할 수가 없었다. 성경은 성직자들이나 지배자들의 것이었다. 루터는 에라스무스의 그리스어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했다. 1522년 9월에 발간된 루터의 독일어 신약성서는‘9월 성경’이라고 불리었다. 가격은 1.5길더였는데, 가정부의 1년 치 급료와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당연히 민중은 사서 읽을 수 없었다.


유럽을 지배하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로마 카톨릭의 교황에 반대하는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사서 읽었을 터였고, 민중들을 개혁의 이름으로 동원 했을 것이다. 민중들이야말로 나중에 종교전쟁의 병사가 될 사람들이었다.


루터 이전에도 종교개혁을 주장한 사람들은 많았다. 루터보다 100년 전에 체코의 얀 후스가 면죄부 판매를 정죄하면서 종교개혁을 주장했었다. 얀 후스는 화형을 당했다. 동시대를 살았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도 교회의 개혁을 주장했지만 루터처럼‘성경읽기’를 통한 개혁을 주장하진 않았다.


루터의 9월 성경은 일 년 동안 2쇄에 걸쳐 6000부가 인쇄되었고 그 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69쇄가 인쇄되었다. 요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면 초판 3,000부를 판매하기가 지극히 힘드니, 9월 성경의 인기가 얼마나 선풍적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굳이 루터의 종교개혁이‘성경 읽기’가 핵심이었다는 것을 되풀이한 것은 ‘대종경 읽기’로 원불교100년성업의 의미를 되살렸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좌산 이광정은「마음수업」에서“경전 속의 가르침을 읽고 또 읽고 행하고 또 행하다 보면 경전이 나요 내가 경전이 되어서 드디어는 우주 만유 현실 모두가 경전 아님이 없게 된다.(188쪽)”고 했다.


대종경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어 그는“문자에만 집착하고 그 뜻을 찾아 실행하는데 소홀해서는 안 되며 문자를 넘어선 경전 내용의 실상을 찾아가는데 적공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잘못된 길에서 헤매거나 낭비하거나 허송하는 일 없이 바로 바르고 빠른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188쪽)”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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