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세운 일원의 꿈 ①
상태바
한강변에 세운 일원의 꿈 ①
  • 관리자
  • 승인 2016.01.1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아디오스(안녕, adios), 서울회관 / 조수경 기자




올해 38세를 맞는 중년의 서울회관. 그동안 서울회관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회관을 다시 일으키는 기둥이 됐다. 이제 차디찬 한강바람이 불어오는 2월이면 지금의 회관이 철거되고 흑석동에 다시금 새로운 교화의 터전이 지어질 것이다.


원기49년(1964) 중앙총부를 익산에 두고 있는 원불교는 수도인 서울에 교화사업의 중점이 될 변변한 건물 한 채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서울회관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당시 교단 55주년을 기념하여 4백만원으로 시작한‘청년회관’건립은 이후 수위단회를 걸쳐 4천만 원의 예산책정과 함께‘서울기념관’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이때 남한강개발에 다니던 김정덕 교도가 2,000평 토지를 희사할 뜻을 밝히며, 서울회관은 흑석동으로 이전되어 건축 착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5,000만 원 상당의 공사 착수금은 개발의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김 교도는 남한강개발은행 빚을 교당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자와 아파트 분양 시 원금을 회사가 상환하고 담보를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교단은 김 교도의 제안을 받아들여 본격적인 회관건립에 들어가, 원기55년 10월 3일 교역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기념관’기공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5,000만원을 대출한 신탁은행은 서울교당을 비롯해 더 많은 담보들을 요구했고, 교단은 경남교당(현, 부산교당)을 추가 담보로 잡히게 됐다. 재정적 위기를 맞게 된 남한강개발의 담보에서 벗어나려는 교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재단법인 원불교에 공사대금을 청구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한강개발이 시행하는 모든 공사는 무허가라는 판정과 함께 서울기념관 역시 무허가건설 및 도시계획 위반 건물이라며 서울시로 부터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끝내 남한강개발이 파산하면서 담보로 잡혀있던 서울교당과 경남교당은 공매 위기에 처해졌다. 당시 4,000만원의 금액으로 시작된 공사는 부채 1억 9천여만 원이 되어 돌아왔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교단적 위기를 탈피하고자 한 필사적인 교단의 노력으로 서울과 경남교당은 은행으로부터 8년에 걸쳐 상환하기로 했다.


교단의 갖은 노력으로 원기58년 서울회관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원기59년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다시 철거 명령을 받으며 한 번 더 위기를 맞게 된다. (사진 1)하지만 교단은 오랜 검토와 논의를 걸쳐 서울회관을 다시 건축하기로 결의했다.


서울회관 건축에 힘을 보태고자 봉공회원들과 교도들은 바자회를 열었다. 봉공회는 새우젓을 팔기 위해 220kg이나 되는 새우젓을 밤을 새며 통에 나눠담았다. 바람 한 점 막을 변변한 시설도 없는 곳에서 교도들은 회관 재건축을 위해 힘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수익금은 회관 건축기금으로 쓰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은 계속됐다. 교도들은 음식을 만들어 회관 5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대접도 빼놓지 않고 진행했다. 그렇게 서울회관 재건축을 위해 많은 교도들은 물심양면으로 발 벗고 나섰다.


원기65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재 기공식이 열렸다. 그렇게 12년간의 시간은 회관을 더욱 견고하고 단단히 만들었고, 원기67년(1982년) 10월 10일꿈에 그리던 서울회관 봉불식(사진 2)이 열렸다. 회관이 우뚝 서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서원이 모여 지금의 서울회관을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말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서울회관의 청사진을. 또, 혹자는 말한다. ‘아직 서울회관이 쓸만 하다’고.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서울회관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다. 얼마 전까지 켜져 있던‘원음방송89.7’네온사인이 꺼지고, 빈 사무실이 늘어날수록 회관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은 한강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와 한강 건너편 아파트의 불빛이다.


4층 복도 끝에서, 죽비 소리와 함께 경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다. 그 속에 경건함이 깃든다. 서울회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지만 매일 같이 회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신심은 여전히 한결같다. (다음 호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