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一心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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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一心의 위력
  • 관리자
  • 승인 2016.01.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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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관응 교무 / 경남교구 신현교당


작년 하반기부터‘찾아가는 기도 순례’에 불교인과 천주교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선방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기에 반갑기만 하다. 이들은 기도와 순례에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교당 SNS에 공지가 뜨면 먼저 질문을 하기도 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다. 조건 없이 받아들이면 즐거워한다. 시간에도 늦지 않는다.


지난 15(금)∼16일(토) 진행된 만덕산 성지 기도 순례에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같이 기도하고, 명상을 했다. 저녁에는 기도와 염불을, 아침 기도 후에는 승산 종사께서 설한 법문을 받들었다. 이어 초선지로 행했다.


전날 눈이 와서 그런지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마음을 챙기고 한 발, 한 발 움직였다. 초선지 입구에 마련된 기도실인 원불당을 지나 통나무로 잘라 만든 의자를 비켜서니 초선지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 에너지는 익산총부건설 이전에 소태산대종사께서 12인의 제자와 더불어 처음으로 수선(修禪)했던 곳임을 알게 했다.


정산종사, 대산종사, 김광선ㆍ오창건, 최도화, 전삼삼ㆍ전음광, 노덕송옥, 이청춘, 박사시화ㆍ이동진화ㆍ김삼매화 선진 등이 1개월 선(禪)을 통해 선맥의 수를 놓은 곳이기에 전달되는 강도는 더했다.


눈 쌓인 초선지에서 또 다시 목탁을 들고 영주를 챙기는 마음으로 오롯이하게 했다. 천지영아동일체(天地與我同一體)가 따로 없었다. 청량한 목소리가 앞쪽에 위치한 바위 벽면에 부딪혀 그 울림을 더했다. 바위 틈새에 놓여진 오래된 숫기와, 암기와의 조화로움이 전해졌다.


그래서「한울안 한이치」에서 밝힌“영주(靈呪)는 천지의 기운을 받고 흡수하는 것이니 많이 독송하라.”는 것이 예사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법당에 앉아서 기도할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이었다.


천지 기운이 내 기운이요, 내 기운이 천지 기운이 되어 한 몸으로 움직였다. 그 울림은 강열했다. 움직임 속에는 선진들이 하늘과 교류했던 에너지가 투사돼 용틀임 친 측면도 있었다. 정산종사께서는 생사편 6장에서“우리의 마음은 무형한 것이나, 일심이 되면 우주의 큰 기운과 합치한다”고 밝혔다.


이 묘미는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다. 아는 사람만이 가져 갈수 있는 것이다. 갖추려고 정성을 들이는 사람만의 소식이다. 열림 마음으로 수행하고 열림 마음으로 기도하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면 소식이 가깝게 다가온다.


어제는 사각형의 화분에 심어져 있는 동백꽃을 보았다. 가느다란 가지 끝이 우주를 향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동백꽃에도 천지의 조화를 일으키는 에너지의 작용이 있음을 알았다.


해마다 피는 동백꽃도 해, 달, 별, 바람, 구름, 비, 이슬, 서리. 눈들과 친구가 되어 그 에너지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가 필요한 양 만큼만 취했을 수도 있다. 이런 기간은 꽃을 피우는 과정이다. 으스대지 않고 깡총 되지 않고 새치롬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꽃이 피어나게 된다. 반갑고 고맙고 기쁜 소식이다.


공부인들도 몸 속 에너지와 바깥 에너지의 조화를 경험하다 보면 아, 그렇구나를 알게 된다.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신호가 온다. 평안함과 고요함이 전달된다. 일심이 되게 한다.


이같은 우주 소식은 곳곳에 있다. 만덕산 초선지든 꽃 하나에도 포함되어있다. 이 모든 것이 간절히 구하는 공부인의 것이 된다. 이제는 실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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