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거든 살짝 편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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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살겠거든 살짝 편지쓰기
  • 관리자
  • 승인 2016.04.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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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일기‘일곱개의 별’- 34 /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못 살겠거든 살짝 편지해라.”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첫 교화지에 나서는 제자에게 하신 말씀이다. 개인적으로 이 말씀을 좋아한다. 대종사님의 자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자애로움을 마음에 그려보니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경산 종법사님께서도 첫 교화지에 나설 때 해주신 말씀이 있다. “통화가 잘 되어야 한다.” 진리와의 통화는 교화자의 본분이라는 점을 강조하신 말씀이다. 자성과 서원반조를 표준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통화가 잘 되고 있느냐?’


그런데 못 살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진리와의 통화는 불통이었다. 사건은 이렇다. 교당점검에 정화조 문제가 식별되었다. 부대 종교시설인 관계로 상황보고를 했다. 빠른 조치를 기대했으나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 꿈을 간직한 채 정화조는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오수처리가 안되니 물 사용에 제한이 따랐다. 교당생활을 하는 교무 입장에선 조금 불편하더라도 공부삼아 지내겠지만, 장병들은 다르다. 종교행사때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가 화장실이기 때문이다. 작년엔 얼마나 많은 폭탄을 투하했는지 양변기 하나가 폭발하고 말았다. 마음이 힐링 되니 몸도 힐링 되는 이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 바로 화장실이다.


문제 식별 후, 기능상실까지가 총 3개월이 소요되었다. 수십 번을 ‘에잇~못 살겠네!’라고 읊조렸다. 마땅히 편지 쓸 곳도 없는 상황은 답답하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앞산에 올라갔다. 정상에서 바라 본 교당은 너무 작았다. 정화조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 시선따라 귓가에 들리는 대북방송은 내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작은 것에 매여 큰 것을 놓치고 있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마음을 비우고 진리와 통화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 마음을 담은 기도를 올리고 내
려왔다. 편지 한 통을 올리고 내려오니 후련했다.


솔직히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정화조에 문제가 생긴 후, 민간업체에 문의를 해보니 정화조가 막힌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런데 공사비용이 부담 되었다. 없는 살림에 수지대조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부대를 움직여 보고자 했던 것이다.



군부대를 움직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명령으로 일하는 조직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지휘관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주 사용 할 방법은 아니다.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실무자에게 원불교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심어 줄 확률이 높다. 반드시 지휘관이 나서줘야 하는 문제가 아닌 이상 지휘체계를 지켜주는 것이 좋다.


부대 실무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었다. 그러나 해빙기를 맞아 군부대 시설보수 소요가 많았고, 종교시설은 후순위로 밀려나 어쩔 수 없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서 모은 교화기금 통장을 열어보기를 수차례, ‘후임님! 미안합니다. 교화기금을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결국 민간업체를 불렀다. 업체는 반나절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줬다. 뻥~뚫린 정화조만큼이나 내 마음이 참 시원했다. 나를 묶고 있는 습관의 밧줄도 툭 끊고 벗어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참 좋았다.


그런데 공사비용을 처리 하려고 하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통장에 법무실로부터 금일봉이 들어 온 것이다. 법무실에 전화를 올렸다. “종법사님께서 보내시라고 하여 보낸 겁니다.”란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 금액이 공사비용과 일치했다. 더 놀라운 것은 통장을 들고 고민한 그 시간에 금일봉이 입금된 것이다. 너무 놀라서 참회와 감사의 심고를 올렸다. “법신불 사은님! 못 살겠다고 원망생활을 했는데 참회합니다. 진리와 통화로 살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못살겠거든 살짝 편지해라.”와 경산 종법사님의 “통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결국 같은 의미였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도 살짝 편지를 써서 올린다. 어디에? 법신불 전에, 그리고 종법사님께 받은 금일봉은 특별 천도재 재비로 올렸다. 이 재비는 다시 교화기금으로 입금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외쳐본다. “종법사님 고맙습니다. 통화 잘 하겠습니다.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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