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고속열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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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고속열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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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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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일기 ‘일곱개의 별’ - 35 ㅣ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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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요 예회 때 거행하는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 특별 천도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아직도 초재 때 모습이 생생하다. 모두 잠들어 버린 상황에'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딘가?'를 고뇌하며 망연자실 하던 나. 너무 힘이 들어 스승님께 문답감정을 받았다. “스승님! 다 잡니다. 어찌 합니까?” 스승님께선 “잠든 장병들의 본성자리에선 다 듣고 있으니 안심하고 영령들을 위해 정성을 모아라”라며 방향을 잡아주셨다. 그리고 매일 천도재를 지내라고 지도해주셨다. 나를 내려놓고 정성을 모았다. 지성감천(至誠感天)의 이치는 호리도 틀림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뭔지 모르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이 ○재 아닙니까?”라며 횟수를 챙기는 장병, “교무님! 위령가를 부르면 제가 꼭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장병, 합장하고 천도법문을 따라하는 장병, 목탁소리에 고개와 어깨를 흔들며 흥겹게 독경하는 장병 등등, 곳곳에서 본성자리가 열리고 일원화가 피어났다. 그리고 종재식 때 '칠성교당 장병일동'이라고 쓰인 재비를 올렸다. 그 재비는 장병들이 한 달에 한번 '간식 없는 날'에 모은 간식비용과 성금이었다. 49일 동안 정신과 물질로 정성을 모았다.

특별 천도재를 통해 음계인증 과정을 거쳤다면, 기념대회 참석은 양계인증을 받는 과정이었다. 2달 동안 부대에 집중적으로 불공을 했다. 최전방 부대인 관계로 원거리 기념행사 참석을 추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교화를 하여 나갈 때 한 사람이라도 원진(怨嗔)을 맺게 된다면 원만한 교화는 되지 못할 것이다.」란 대산종사님의 법문을 표준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진행할수록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짜 놓으신 판 속에서 진행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휘관 대면보고와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되는 상황들은 양계인증을 알리는 개벽의 상두소리와 같았다.

또한 너무 신기한 것은 100주년기념대회 참석자 명단이었다. 사심으로 신청한 장병들은 개인과 부대사정으로 전부 불참하게 되었다. 오로지 천도재에 일심 합력한 장병들만 참석하게 되었다. 그 상황을 보며 한 감상이 떠올랐다. '진리의 고속열차 승차권은 그냥 발매되는 것이 아니구나. 아무나 가는 100주년기념대회가 아니구나!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법인성사로 새 회상 건
설의 일대정신작업을 하셨듯이 특별 천도재와 기념대회 참석은 원불교 2세기를 열어가는 법인성사란 감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고 장병들과 함께 오직 안전 무사고와 북한 무도발을 위해 기도했다. 기념대회 전날엔 교당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단체로 목욕탕도 가고, 기도도 하며 심신제계를 했다. 그날 저녁, 바닥 난방도 안 되는 대각전에서 잠을 청하는 장병들은 침낭 속에서 빼꼼히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교무님! 행복해요.”, “나도 행복하다.”

다음 날,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기념대회장으로 향했다. 5달 전부터 불공하여 원불교 교도가 된 운전병은 스스로 기념대회장까지 모든 정보를 공부하여 안전운행을 했고, 원광대학교 군사학부 출신인 교도간부는 병력통제와 관리에 최선을 다해줬다. 그리고 전역한 군종병들은 기념대회장을 찾아와 더욱 빛내줬다. 가슴 벅찬 기념대회는 거룩한 양계인증의 장이었다. 참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급의 씨앗들이 심어진다는 감상이 들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참여한 것만으로도 홍복이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2시간이 지나갔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마음 나누기를 했다. 대다수의 장병들은 원불교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감상을 말했다. 원불교 교도로서 더 열심히 활동을 다짐하는 장병들도 많았다. 그 가운데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고, 대종사님이 원하시는 인간상에 부합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난 100년이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100년은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을 나눈 장병들의 감상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칠성교당 소속으로 함께 한 43명의 교도들은 진리의 고속열차를 탔고, 거룩하고 성스런 백년의 꽃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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