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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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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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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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교무(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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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참고하여 양주동 박사가 노랫말을 지은 '어머니 마음'의 앞부분이다. 천방지축이던 중고생들도 분위기를 잡고 이 노래만 들려주면 그 순간만큼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천하에 없는 효자, 효녀가 된다.

한국에 계신 LA교당 청년회원 부모님이 얼마 전 다녀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법회 시간에 그 청년에게 잘 다녀가셨느냐고 부모님의 안부를 여쭈었다. “교무님, 저에게 '부모님'이란 단어는 금기어에요. 당분간은 부모님과 관련된 말씀은 제게 안하셨으면 해요” 정색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 많이 힘들어 보였다.

부모님이란 단어는 그 청년에게만 금기어일까? 두어 달 전쯤인가? 어머니 산소에 성묘를 하면서 목 놓아 울던, TV 속 80대 할머니의 모습이 쉽게 잊히질 않는다. 엄마, 아빠, 어머니, 아버지라는 단어는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금기어가 아닐까?

대중가요 가사 말처럼,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할 만큼 늘 그리워했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던' 어머니가 3년 전 열반에 드셨다. 내 나이 40이 넘어서도 훌쩍거리지 않고는 통화를 끝내지 못했던 그런 어머니와 영 이별을 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당신보다 예쁘고, 당신보다 따뜻하고, 당신보다 순수하고, 당신보다 사랑스런 사람을 알지 못하는 나를 남겨두고 어머니는 그렇게 가셨다. 열반하신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엄마, 어머니는 열반 당시와 똑같은, 아니 몇 배 더한 비중으로 여전히 내겐 금기어이다.

대종사님께서는 부모님의 은혜를 몸을 낳아주신 은혜(生), 양육하여 주신 은혜(育),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 주신 은혜(敎), 세 가지로 말씀하시면서, 이와 관련한 보은을 말씀해 주셨다. 육신을 편안하게 받들어 드리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드리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정도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갈수록 귀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효는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와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를 빠짐없이 밟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로 인해서 그 부모의 이름도 영원히 빛나고 만인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니, 어찌 한 생의 시봉에 비할 수 있겠는가?

정산종사님께서는 평화 안락한 세상을 만들기로 하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효의 정신을 진흥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효라 함은 보은의 도를 행하는 것이고, 모든 보은 가운데 부모 보은이 제일 초보가 된다.(정산종사법어 경의편 59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백행의 근본이 되는 '효(孝)'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사에 전념해야하는 전무출신이라는 것이 불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상기(想起)해보며 박인로님의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라는 시조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본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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