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특별기획] 소통의 치유, 작은 것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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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특별기획] 소통의 치유, 작은 것을 향하여
  • 관리자
  • 승인 2016.08.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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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2세기, 이제는 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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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일곱번째책이나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다. 아버지로서의 행복, 개인으 로서의 행복에 대해 말하려 했다. 책이 나왔을 때 알고 있는 기자, 일부의 지 인들에게 책을 보냈다. 더러는 무응답 이었고, 더러는 잘 받았다고 했고, 더 러는 다른 이에게 선물하겠다며 책 한 권을 직접 주문한 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타인의 노동에 대한 책 한 권의 반응은 개성처럼 저마다 제각 각이었고, 또 두 명의 유명인의 태도도 완전히 달랐다.

한 때 신문의 1면을 도맡았던 정치인 A씨는나의책을받은후초청장 하나 를 보내왔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 단체의 행사에 초대한다는 것이었 다. 휴일의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었고 나는 족히 2시간을 거북이처럼 운전해 서 대회장에 도착했다. 책의 답례로서 보낸 초청장은 그이의 마음이고 나에 대한 개별적 배려라는 생각이 도로 위 에서의 짜증을 누르는 힘이었다. 그러 나 행사장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으며, 그의 시선은 그곳에 모인 개인들이 아닌 개 인이 만들어낸 집단과 무리로만 향해 있는 듯 보였다.


뻘쭘한 기분으로 행사장에서 나올 때 는'혼자서 여러 사람 상대하려니 그럴 수도 있지'라며 관대했으나 그 이후 단 한 통의 문자나 메일을 통해서도 방문 에 대한 인사조차 받지 못할 때는 실망 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이 나라의 미래와 시 대 양심에 대해 연설하던 그 사람에게, 한개인의 책한권과한개인의 시간 정도는 그냥 무시해도 되는 작은 것이 었을까? 또는 언제나 그렇게 받아오기 만 해서, 누군가의 선물이나 마음쐀에 대해 무감한 것일까?

반면 또 한명의 정치인 B씨는 친필 로 편지를 보내왔다. 너무 잘 읽었다는 감사와 함께 책의 내용까지 언급하며 긴 장문의 관을 써서 보낸 것이다. 이 번에는 내가 감동했다. 그쯤의 위치라 면 A씨가 그러했듯 무시를 하거나, 혹 은 조금의 성의라면 보좌관에게 지시 해 행정엽서 하나 보내라고 하면 될 일 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나 는 그의 자필 편지 한 통을 받고, 내가 책을 쓴 것에 대해 부끄러움이 아닌 보 람을 느꼈다. 그리고 단박에 그의 팬이 되었다. 사람에 대해서 저런 정도의 겸 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사람이라면 그의 말과 행동은 분명 진실일 것이라 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설령 경솔한 판단이라도, 나는 이번만은 나의 경솔 함을 그냥 신뢰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서 주변은 점점 거대한 것들 뿐이다. 정치도 거대하고 이념도 거대하다. 주변의 사람관계도 거대하 다. 차도 거대해지고 뱃살도 거대해진 다. 회사의 의자도 거대해지고 가끔은 내가 쓰는 관도, 말도 거대해진다. 그 러나 나는 사람들의 온기, 사람들끼리 의 감동은 거대함이 아닌 작은 것에서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사 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을 성심 성의껏 바라보고 배려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리라.

SNS의 관계망은 바다처럼 넓고 또한 쉽게 구축되지만 그 소통은 궁극적으 로 인간을 위로하지 못한다. 각자의 외 로움을 말하는 사람들만 넘쳐날 뿐, 나 의 외로움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어떻게 치유의 소통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문제는 다수가 아니다. 내 가 부처이듯,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부 처다. 생불과 활불이 가득한 세상을 꿈 꾸는 원불교의 낙원은 결국 내 옆에 있 는 사람, 내가 상대하는 사람에게 어떠 한 태도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소통의 치유는 거대한 것이 아닌 작은 것, 막연한 것이 아닌 구체적인 것으로 향해야 한다. 소통은 소통(小桶)일 때 치유의 소통(疏通)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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