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기댈 곳, 다른 프레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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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기댈 곳, 다른 프레임의 꿈
  • 관리자
  • 승인 2016.08.2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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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가치나 철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보듬기'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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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주말이면 전국의 대안학교들 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도 이제 법회의 주관자가 되어야 하는데 '기댈 곳 없는 학생법회의 풍경'이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문제풀이의 실마리를 대안학교들에 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많은 헤매임을 만들어 냈을까요?


법회의 보조자로, 참여자로 학생법회에 참석했을 때 가장 큰 아쉬움은 학교의 선생님과 집안의 부모님, 그리고 교당의 교무님이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가 하나같이 똑같기만 했다는 점입니다. 입시와 사교육의 풍광 속에 좋은 대학을 가는 일이 중요하지만, 백이면 백 모두 에게 똑같이 중요한 일은 아니고 또한 그'당부의 결'마저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법문하더라도, 그 대학 너머의 삶에 대한 다른 프레임의 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풀이의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이는 그 시기를 겪은 우리들이 자신의 경험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법회시간에 개인적 후회를 담은 당부와 설교보다는 당사자들에게'기댈 곳', '지지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기댈 곳에서 언젠가 자발성이 발현되고, 변화와 상호학습의 장이 열린다는 것을 저 역시 뒤늦게야 깨닫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의 일각에서는 다시 새로운 흐름이 감지됩니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전환학교가 그것입니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시범운영한'오디세이학교'와 '꿈의 학교',' 전환(기)학교'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새로운 흐름은 자유학기제의 확대변형에 학교 밖 인프라의 협업을 꾀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덴마크 에프터스콜레(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간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를 한국적으로 변용한 일년 단기 집중과정의 비인가 대안학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화도의'꿈틀리인생학교', 성남과 일산의'열일곱인생학교'가 여기에 해당되고, 이외에도 다양한 에프터스콜레 형태의 단기학교, 길위의 학교, 도서관학교, 장인학교, 틈새학교 등의 모델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두 흐름 모두 제도권 공교육 체제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청소년들에게 마침내'곁을 볼 자유'를 허했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런 학교들을 방문할 때마다 공통적으로듣는이야기가있습니다.“ 원불교는 이미 잘 하고 있으시잖아요?”이미 모범적인 대안학교 운영으로 유명한 원불교 사람이 와서 무엇을 엿보고 가려하느냐는 눈치도 제법 받습니다. 전환교육을 실천하는 열거하기조차 힘들만큼
많은 학교들의 생태적 전환을 보며, 무엇을 위한 전환이고 그 전환의 공간 안에는 무엇이 새로이 자리할까 매우 궁금합니다. 어쩌면 솔직히 새로운 교육의도래 속에 우리는 어떻게나마 그 발걸음을 따라나설까 걱정입니다.


'원불교판 하자센터를 만들고 싶다'라는 소망을 부끄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던 중 최근 하자센터의 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냥하면되죠',' 재미있게하면되죠'라는 격려 속에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교무님은 아이들에게 진지함을 주고 싶으세요? 무거움을 주고 싶으세요?”

담론이 많아지는 가운데 어느새 초심에서 멀어짐을 바라봅니다. '다른 프레임의 꿈'을 꾸기 이전에 우선은 내 안의무거움과 진지함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워짐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사회의 어떠한 가치나 철학도 나 자신의 가치나 철학이 되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성찰하고 '선택적 보듬기'보다는'무조건 보듬기'도 필요함을 배웁니다.


청소년 희망캠프를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에너지로 만들고 싶은 원불교 청소년교화의'기댈 곳'역시 진지함과 무거움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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