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언제나 씩씩한 그녀를 닮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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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언제나 씩씩한 그녀를 닮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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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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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④ ㅣ 조휴정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장미화의 '서풍이 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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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미화의 본명은 김순애입니다. 서구적이고 화려한 예명에 비해 너무도 순박한 본명의 반전.

하지만, 무대 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장미화로, 무대 밖에서는 눈물 많고 정 많은 여인 김순애로 100% 충실하게 살아왔으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이름이 오히려 조화롭습니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변함없이 오래가는 그녀이기에 PD와 가수 라는 직업을 떠나 20년 넘게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세 가지 강렬한 장면으로 그녀를 기억한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첫 장면은 TV에서 그녀를 처음 본 순간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인데, 어! 누구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매력적인 여가수가 나타났던 겁니다. 물론 예뻤지만, 예쁜걸 뛰어넘어 분위기 자체가 그때까지 본 여느 여자가수와 달랐습니다. 이국적, 세련됨, 발랄함, 한마디로 청량음료처럼 시원~했 습니다. 데뷔곡 '안녕하세요'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전 국민이 다 아는 노래가 되었죠. '맹물로 가는 자동차' 등 영화에도 활발히 출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장미화야말로 요즘 인기 있다는 걸크러쉬, 쎈 언니의 원조였던것같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그녀가 울면서 은퇴를 발표하던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결혼하면서 여자 가수가 은퇴한다는것이 흔했는데도 저는 이상하게 그녀의 눈물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총체적으로 그녀의 삶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세 번째 장면은 1992년,' 쟈니윤쇼'에 그녀가 출연했을 때입니다. 아들 형준이를 혼내고 나오면 하루 종일 마음이 울적하다는 이야기, 친정엄마, 아들과 셋이 살면서 가장 역할까지 해야하는 고충을 정작 그녀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날 목이 아플만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보던 가족들이 놀릴 정도여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장미화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속으로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워낙 스타라 입도 뻥긋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언니, 동생하자”고 손을 내밀어주었습니다. 이런게 정말 인연인가 봅니다. 사람 좋아하고 진실된 그녀 주변에는 저처럼 다양한 인연으로 오래 친하게 지내는 PD가 많습니다.

지난달, 그녀의 70번째 생일에도 강부자 선생님을 비롯, 많은 PD, 작가, 동료선후배가수들이 모였습니다.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걸 보며, 가수 장미화이기 전에 인간 김순애가 정말 잘 살아왔구나 싶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개인적 친분을 떠나서도 저는 '가수 장미화'의 팬입니다. 너무 발랄해서, 너무 '봉사'이미지가 굳어져 오히려 가수 장미화로는 저평가 되어있는건 아닐까 속상할정도입니다. 풍부한 성량, 더 풍부한 감정, 그녀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니까요.

'중간에 쉬지 않고, 다른 사람 도와 주는 일을 30%만 줄였어도 지금보다 훨씬 히트곡을 많이 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솔직히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노래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여름의 훈장' '사랑, 그 그리움' 두 곡을 가장 좋아하지만 오늘은 장미화의 인생관을 가장 많이 닮은 '서풍이 부는 날'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명바지 다려입고 흰 모자 눌러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 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 있어 못 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 무명바지, 흰 모자, 땅콩…. 갖고 있고 갖고 싶은 것들이 참으로 소박합니다.

신앙심 깊은 불교인으로 나를 내려놓고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녀의 인생 같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어디선가 쨘! 하고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또 만 났군요” 반갑게 인사해 줄 장미화, 아니 김순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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