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행]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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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행]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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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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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행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다 (2)

# 남아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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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조선인 후손의 증언

고쿠라 지역의 평화순례 안내를 맡아 주신 고쿠라 한인교회의 주문홍 목사의 저녁 초대로 우리는 교회에 다니고 계시는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후손인 재일동포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27년 고쿠라 탄광의 갱도 위에 세워진 고쿠라한인교회는 강제노동, 강제연행의 역사를 증언하는 교회다. 밥을 먹다 끌려 나와 눈을 떠보니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로 떠나는 연락선 위에 있었다는 어느 재
일동포 아버지의 이야기, 일본에 노예로 끌려와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온 강제연행자의 삶, 평생을 국가적 범죄의 희생자로써 고생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탄광생활을 버티지 못해 탈출을 시도해 산속으로 숨어 다녔던 영화 같은 스토리,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따돌림을 당했던 어린 시절….
교류회를 통해서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가족들이 일본 사회에서 받아온 멸시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들과 그 가운데에서도 조국과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얼마나 끊임없는 노력들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일본을 떠나 등을 돌리고 살아갈 만도 한데 이들은 역사의 증인으로써 이곳에 남아 해결되지 않는 한 · 일 문제들과 싸우고,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며, 서툰 한국말로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며 살
아가고 있다.

이분들의 모습에서 청년 종교인들이 가져야 할 평화의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짠하고 부딪히는 맥주 한 캔에 위로 받으며 고쿠라의 첫 날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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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라 한인교회에서의 교류회

# 권력을 위한 신앙의 이용, 천황제
전 날,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서러운 죽음과 그 후손들의 삶을 보고 들은 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근본적인 물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학생들에게 일본 역사를 가르치셨던 가와모토 목사는 그 근본적인 원인에 '천황제'가 가지고 있는 사상적 문제가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고대에서부터 이어지는 '천황제'는 근대에 들어오며 신격화 되며 국가의 근본적인 종교가 되었다. 천황을 신으로 믿는 '국가신도'는 일반적인 종교와 달리 사랑, 자비 등의 실천윤리가 아닌 이민족 정벌이
라는 실천윤리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천황을 경배하는 것만이 절대의무이다. 야마토(大和) 민족이 아닌 이민족을 전부 야마토 민족화 하여 천황을 위한 이민족 정벌의 병사로 만드는 것, 이것이 그들의 실천윤리이고, 학교교육을 통해 어렸을 적부터 세뇌 당하는 내용이다.”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일련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었고, 일본 내 크리스천을 가혹하게 박해했으며, 아시아 정
복의 꿈을 가지고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켜 왔던 것이다.
권력을 위해 신격화되어 이용되는 이념들, 단순히 영국과같은 입헌군주제를 실시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만 생각한 일본, 그러나 만세일계(萬世一系 : 일왕가의 혈통이 단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의 혈통이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천황제의 기저에 깔려있는 사실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현재의 아베정권이 국가신도(國家神道: 일본제국 정부의 황국사관적 정책에 의해 성립되었던 국가종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섭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가와모토목사는말했다. “역사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올바른 역사와 정치에 대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평화를 위해 우리가 이 흐름을 멈추어야 한다.”
일본인 역사가의 입에서 나온 단단한 한 마디는 올바른 역사의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과거를 기억하고, 공부하여 앞으로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뉘우치게 했다. 청년들의 눈동자에는 평화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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