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사드(THAAD)’라는 숙제
상태바
[한울안 칼럼]‘사드(THAAD)’라는 숙제
  • 관리자
  • 승인 2016.09.05 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대기 교무(청소년국)

윤대기교무님.jpg

일상의 혼란함과 가치의 격돌을 느낍니다. 지난 주 법회에 참석했던 교당의 한 청소년이 학원 논술과제라며, 보여준 이야기의 주제는 '사드 결정 과정의 민주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정리해보기였습니다. 항상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이슈는 내 삶의 현실문제가 아닌 시험 속 논술문제의 어느 한 가지 주제어 정도라는 사실입니다.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위험신호를 청소년들이 인식할 수 있게 자극하는 것은 분명한 우리 어른들의 역할과 책임입니다.

획일화된 교육, 가치가 사라진 교육, 경쟁만이 횡행하는 교육 등을 비판하고 자발성, 평화, 사랑, 협력과 공동체 등이 살아있는 우리 삶의 가치라고 주장하며 실천적 과제의 그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청소년들과의 만남에서도 위안부협상이나 사드문제 등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한 점검이나 인식을 공유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소통과정이 부족해서인지 사드문제를 법회에 참석한 아이가 먼저 거론했을 때 다소간 당황스럽고, 적잖이 말문이 막힙니다. 법회에 참석한 아이들과의 이야기의 과정에서 고민한 내용들을 정리해봅니다.

먼저, 시사적인 이슈들과 맞닿은 청소년들 역시 일상의 혼란함을 제대로 겪어보고, 가치의 격돌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란함의 근원은 이해되지 않음입니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결정을 타인이 혹은 국가가 강요했을 때 우리의 마음과 일상은 혼란으로 가득합니다. 왜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겉으로 들어나는 쟁점은 '사드 찬성 VS 반대'이지만, 이는 잘못 설정된 프레임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 쟁점 아래에는 소
통, 공동체, 이해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가치의 격돌이 숨어 있습니다.

이 '좋은 말'들을 누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치의 의미가 너무도 달라집니다. '가치에대한이견'은이런 다양한 좋은 말들의 해석 속에 우리들에게 내재화되어 있고, 합의되지 않은 가치나 원칙을 규칙으로 만들어 강제하거나, 권력에 의한 결정을 민주주의와 등치시키는 일들 속에서 심화됩니다. 이렇듯 가치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치는 형식화된 도덕으로 변질됩니다.

“ 나는사드에반대하지만,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는 결국 강행될 것이고, 그럼 그것에 내 지역이 아니면 된다
는 거 아닌가요?”라는 학생의 체념 섞인 발언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원론적인 고민의 다음, 결국 뭐라도 적어가며 풀어야 했던 논술문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는 어떻게 써나가야 할까요? 얼마의 점수를 얻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적어가볼까 합니다. 첫째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기'보다는 새로운 판단, 전환점, 선택을 찾아봅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어른들의 결정이 가져온 모순을 의지와 상관없이 감당하고 살아갑니다. '우리들의 문제'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혼란함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둘째, 실천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일상의 혼란함 속에서 결국 뭔가 바꾸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그것이 가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고, 변화의 자발성으로 연결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일을 시도해봅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쩌면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혼란함의 가중이 필요합니다.

셋째, 위로의 성장보다 중요한 건 옆으로의 확산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하자고 강요하지 않지만, 공부와 삶을 연결해가는 가운데 사람도 바뀌고 질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사회적 이슈를 기점삼아 성장함이 필요합니다. 공부의 정신과 실천의 정신이 옆으로 퍼져가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혼란이 엮어 함께하는 실천과 연대로 이어지는 혼란함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드 말고 평화'를 희망합니다. “미래는 없고, 희망만 있는”시대라고 걱정합니다. 청소년의 사춘기 같이 혼란하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있기보다는 일단 뭐라도 한 가지 해보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