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딸, 가슴에 묻다”④
상태바
[한울안 오피니언]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딸, 가슴에 묻다”④
  • 관리자
  • 승인 2016.09.05 0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교장)

특별기고-정도성도무.jpg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피해 증상을 단 한 가지 증상으로만 한정 지을 수 없다. 그것은 다분히 폭력적이고 차별적이다. 이렇게 협소한 판정 기준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가해 기업의 면책을 도와주는 것이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옥시가 7월 31일, 최종 배상안을 발표한 것처럼 가해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배상금이 부과되기 전 서둘러 피해자들을 입막음하려는 이런 꼼수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여러 번 죽었으며 또 죽어간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와 장기가 망가져 죽고,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에 애통하여 죽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여 죽고, 부도덕한 기업의 발뺌과 무책임함에 죽고, 언론의 무관심에 죽고, 의사, 교수들로 구성된 판정단에 의해 등급이 매겨져 죽고, 1,2등급과 3,4등급을 차별하고 분열시켜서 피해 규모와 배상 책임을 축소하려는 농간에 죽고, 더디고 더딘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에 거듭 죽는다.

이런 사상 최악의 생명 경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도 왜 피해자들이 거듭해서 고통을 당하고 거듭해서 죽어야 하는가.

여원이는 4등급짜리 피해자이다. 나는 4등급짜리 피해자의 부모다. 그 훌륭한 의학적인 지식으로도 그 아픔을 판정할 수 없단 말인가. 판정한 자는 잔인하다. 그것은 피해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반영이며 그렇게 손쉬운 판정으로 겪게 될 고통에 대해 무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3등급, 4등급을 매겨질 낮은 한우 등급처럼 판정해도 지금 현재 겪고 있는 수많은 아픔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내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다는 비극적 사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 조사를 전면 다시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등급을 걷어 치워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때에 이루어진 등급 판정을 백지화하고 다시 원점에서 광범위한 기준으로 최후의 한 사람까지도 피해자들을 밝혀 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책임을 묻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특별법 제정이든,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남김없이 눈물을 닦아주려는 '공감'의 연대가 없으면 안 될 것이다. 진실로 '공감의 연대'가 없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디에서 그 소중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