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행]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다(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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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행]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다(完)
  • 우형옥 기자
  • 승인 2016.09.21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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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어색했던 우리는 일본에서의 짧았던 4박 5일 동안 수없이 많은 것을 보았고, 수없이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다. 어느 종교를 믿는지는 전혀 중요하지도,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그저 같이 웃고 울며 한 마음으로 서로의 느낌을 공유했다. 매일 일정이 끝난 후, 전체가 모여 나눴던 이야기들은 이번 순례를 마음으로 기억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5일 동안 많은 분들을 보며 우리는 느낀 바가 많았다. 고쿠라 한인교회의 주문홍 목사님과 일본에서 만났던 인연들 모두 대단한 분들임에도, 특히나 일본인으로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속죄하며 그에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와모토 목사님과 기무라 선생님의 모습에 큰 울림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평화와 화해의 길'위에서 힘쓰고 계시는 두 분의 이야기를 살짝 들으며 이번 기행문을 마무리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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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황제를 설명하는 가와모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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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박해 역사를 설명하는 기무라 선생

 

# 한국인들보다도 더 열심히 역사의 현장 속에서 외면 받은 사람들을 위해 힘써주셔서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일본인으로서 일본 내에서 한일 간 근현대 역사적 문제와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상당히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적 활동을 하시게 된 어떠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기무라 히데토 선생(木村, 이하 기) : 저는 사실 겁쟁이로서의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갔을 때 한 백인이 저에게 길을 물어보더군요. 그 부탁을 받았을 때 저는 '나는 일본인인데 왜 나한테 길을 물어 보지?'라는 생각에 내가 어느 나라 사람 같은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백인이 저에게 “싱가포르 사람이 아닌가요?”라고 하는 겁니다. 외국에서 쉽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일본 사람이기 전에 아시아 사람이라는 것을요.

가와모토 요시아키 목사(川本良明, 이하 가) : 저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정말 무지했습니다. 그러나 재일한국인의 자녀들이나, 신분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또 제가 소속되어 있는 그리스도교의 사람들에게 천황제에 대해 듣게 된 후로 저의 직업이기도한 교육 현장에서 역사적 진실을 가르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의 모습은 어느 쪽을 봐도 답답한 마음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일본군 '위안부')문제라든지,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한·일 양 정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국가, 민족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일본 정부 즉, 일본인들은 다시 태양이 져야만 깨달을 수 있을까요? 절망적인 마음이 듭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할머니들에게 언제까지 역사의 불행을 짊어지게 할 건가요? 우리같은 서민에게 어떻게 국가의 잘못을 짊어지게 하는지 한 명의 서민으로서 항상 생각합니다.

: 올바른 민중일수록 희망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의식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을 괴롭히는 것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부를 민중에게 환원하고, 교육, 복지, 평화
의 실현을 위해 쓰일 수 있길 바랄뿐입니다. 무력이 아닌 민중의 힘을 믿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 지치고 힘들어 다 놓아버리고 싶으실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은 무엇이신가요?
: 아내가 힘들지만 뒤에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제 아내는 저 때문에 고생스러운 인생을 살았죠. 어떤 작사가가 '심장박동소리가 곧 자신의 박자'라고 말했습니다. 언젠가 저 세상으로 가야하니 그때까지 열심히 제 박자를 타며 살고 싶습니다.

: '신(神)'에 대해 신실하지 못한, 오히려 원수일지도 모를 저이지만, 그러한 저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여 지금도 민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심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저의 힘의 원천입니다.

# 이번 종교청년평화학교의 평화순례를 통해 평화에 뜻이 있는 청년종교인들을 만난 느낌이 어떠신가요?
: 저는 종교를 아직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인들과 순례를 같이 다니다 보니 '250년 동안 왜, 어떻게, 자신들의 생각과 신앙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그 무엇이 그들이 마음을 지킬 수 있을게 하였을까?'라는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평온하고 정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이번 청년종교인분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저의 설명을 들어 주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 강자로부터 약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또 평화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가와모토 목사님의 마지막 말처럼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걸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종교청년평화학교 순례에 참가한 청년종교인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를 '평화와 화해의 길'위에서 만나기를. 그렇게 평화가 곧 찾아오기를 기도해 본다.

 

(끝)

우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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