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상태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6.09.28 0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상 작가의 ‘인문학으로 대종경 읽기’ 15-03 ㅣ 정법현 교도(북일교당)

크기변환_정도상작가.jpg

제주도에 가면 원담이 있다. 바닷가에 호리병처럼 쏙 들어간 지형이 있는데 그 입구를 돌로 막아 둥근 담을 만들어 두었다. 썰물이 되면 물에 잠기게 되고 밀물이 되면 물이 빠져 나가 원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원담 안에는 썰물때 왔던 물고기들이 밀물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다. 이제 작은 그물로 원담에 갇힌 물고기를 잡기만 하는 되는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 원담에서 멸치잡이를 하고 있는 어떤 노인네를 보았다. 여든이 넘은 노인네는 원담에 갇힌 멸치를 작은 그물로 부지런히 건져 올렸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는 멸치잡이만 열중했다. 이 세상에 멸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노인네는 양동이 하나 가득 멸치를 잡아 원담 밖으로 나왔다. 원담 밖에서는 그의 늙은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노인네는 멸치 한 양동이와 그물 하나를 들고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들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노을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가던 어떤 사람이 노인네를 향해 밝게 인사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도 중늙은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끝에 노인네가 멸치 양동이를 그 사람에게 내밀었다.
“아이쿠 형님도 참. 하루 종일 잡으신 멸치를 다 주면 죄송스러워서 어떻게 해요?”, “하이고, 또 잡으면 되지. 멸치는 내일도 와.”, “애써 잡은 멸치를 몽땅 줘버리다니요?”촬영하던 PD가 물었다.
“허허, 주긴 뭘 줘? 준 게 아니라 거꾸로 받은 거여. 내가 복을 받은 거지.”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노인네는 한 마리의 멸치도 갖지 않은 채 빈 그물만 어깨에 걸치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이 순간, 저 늙은 부부를 어찌 부처라 하지 않겠는가. 석가모니, 비로자나, 아미타만 부처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생활에서 너무 먼 곳에 있는 병풍 부처에 불과하지 않은가 싶다.

소태산은 생활 속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부처가 이 세상에 무수히 많다는 것을 누누이 말했다. 금강경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當知是人不於一佛二佛三四五佛而種善根已於無量千萬佛所種諸善根聞是章句乃至一念生淨信者(구마라습의 번역) 마땅히 알지어다. 이 사람은 한 부처, 두 부처, 서너다섯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을 뿐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 자리에 온갖 선근을 심었음으로, 이 글귀를 듣는 즉시 오직 일념으로 깨끗한 믿음을 내는 자라는 것을(김용옥,「 금강경강해」, 통나무. 2012년, 210쪽)”

“非於一佛所種諸善根然復善現彼菩薩摩訶薩非於一佛所承事供養於其非一百千佛所種諸善根乃能聞設如是色經典句當得一淨信心(현장의 번역) 그들 보살마하살들은 한 부처님만을 섬기고 한 부처님 밑에서만 선근을 심은 자가 될뿐만 아니라 몇 십만의 부처님을 섬기고 몇 십만의 부처님 밑에서 선근을 심은 그런 보살마하살이 되리니, 이런 형태의 경전의 말씀들이 설해질 때에는 한 마음으로 청정한 믿음을 역시 얻게 될 것이다. (각묵스님, 「금강경역해-금강경 산스끄리뜨 원전 분석 및 주해, 불광출판부, 2012년 107쪽)”

「금강경」을 중국어로 옮긴 사람은 구마라습과 현장이 있다. 구마라습이든 현장이든 표현은 상당히 다르지만, 부처는 하나가 아니고 수없이 많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태산 다불사상의 근원은 금강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불가(佛家)에서는 다른 부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누구도 부처가 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금강경의 다불(多佛)사상을 정면에서 위반하는 것이다. 조사와 고승은 수없이 배출했지만 정작 석가모니이래로 부처를 이룬 사람은 없다는, 불가의 완고한 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그 태도는 사실상 반(反)석가모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태산은 일원상의 신앙을 통해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고 했다. 물론 부처가 되는 길은 결단코 쉽지 않다. 선근을 심어야 한다. 하루종일 잡은 멸치를 선뜻 내놓는 그런 선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