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배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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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배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 위험하다
  • 관리자
  • 승인 2016.10.27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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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오성 교무(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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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님들께 집회 참여를 권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교도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가정책이나 안보의식, 정치에 대해서 오랫동안 내면화된 가치관은 쉽게 바꿔지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생활상의 이해관계도 무시하지 못 할 요소입니다. 나와 뜻이 다르다고 비난하는 마음을 잠시 가졌다가 자기의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그분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불편하고 혼란스러울까를 생각하며 잠시라도 미움을 일으켰던 마음을 남김없이 참회한 후 전화를 드려 위로했습니다. 혹시 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지수호에 대한 마음은 같더라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서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면서 가자고 했습니다.

작은 교당 하나 꾸리기도 이러할진대,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맞닥뜨리게 된 종법사님과 교단의 지도부에서 갖는 잠 못 이루는 고뇌의 깊이는 아무리 헤아려도 도달하지 못 할 정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급작스레 일을 맡아서 진행하는 비대위와 성주·김천과 인근 지역의 교무님들, 모든 분들이 이 때, 이 상황 앞에서 교단의 부름에 따라 그냥 거기 계셨을 뿐인데. 놓을래야 놓을 수도 없고, 어떤 정보도 판단도 막막하기만 했을 첫 걸음부터 그래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위치이기에 이런 저런 일들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스스로의 한계에 마주하셨을 테고 얼마나 잠 못 이루고 식음을 잊는 나날들을 보내셨을지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기에 그저 기도하며 걸으셨을 뿐이겠지요.

게다가 처음에는 명분이나 논리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우리가 뭐 그리 사드니, 평화니 하는 것들을 나서서 주장해 본 일도 잘 없는데 이래도 저래도 자가당착에 직면할 빈약한 논리와 명분으로 성지수호를 하자니 집단이기주의로 오인될 소지도 있는 그 속에서도 주저 없이 나서서 길을 여기까지 열어주신 그 외로우셨을, 사 없는 걸음 걸음에 온 마음으로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각자의 위치따라 목소리가 다른 법인데 한편만 바라보느라 다른 목소리에 담긴 다른 색의 애정과 냉철함이 간과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애정의 방향이나 색은 달라도 크기와 깊이는 같은데 말이지요. 다양한 입장과 포지션이 공존하면서 갈 수 있어야 건강하고 안전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서 소외와 오해와 상처가 생긴다면 그것은 평화를 말하는 기본에 분열이 들어있는 모순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과정이 마음공부 아님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자주 저를 돌아보며 하는 자성의 이야기들입니다. 배가 한쪽으로 우르르 쏠려서 가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일원대도 반야용선은 위험하게 한쪽으로 몰린 채 하나의 목소리만을 싣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성지수호를 위한 방향은 같아도 목소리를 내는 위치는 다양함을 인정하고 가야 평화롭게 평화를 주장하는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가든 출가이든, 각자의 위치따라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목소리들에 마음 열고 들을 수 있어야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이 안전장치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의견을 고루 들으면서 건강하게 오래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단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입장과 목소리를 억누르지 않고 모든 것을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면서 품고 이해하고 경청하면서 가야 심정적으로 상처받거나 불편하거나 분리되는 일이 없게 됩니다. 진정한 평화는 마음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이미 싸움입니다. 중앙에서는 모든 목소리를 고루 품고 들어주어야 하고, 한편에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지수호를 위한 평화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방향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

마음의 귀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길을 찾을 때, 어떤 풍랑이 오더라도 우리의 성지수호를 위해 출범한 반야용선은 건강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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