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정녀 선서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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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정녀 선서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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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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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원 교도(동대전교당)


입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불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교 동영상도 보고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에 후원금도 보내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행사 일정에 '정녀 선서식'이 있는 것을 보고 또 내 안에서 화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저번에도 공지사항에서 전무출신 지원 서류 중 여학생에 한해서만 '정녀 지원서'를 내야 한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요란했다. 물론 정남 선서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 교무님들은 전무출신을 지원할 때 정남지원서를 내지 않고 나중에 결혼을 해도 계속 교무를 할 수 있지만, 여자 교무님은 결혼을 하면 제적을 당하여 더 이상 교무로서 교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불교는 재가 교도와 출가 교도, 남녀 교역자, 교도와 비교도, 원불교와 다른 종교의 차별이 없고 재가·출가 교도를 막론하고 남·녀노소가 서로 공경하는 분위기라 알고 있었다. 이런 점이 선진적이라 생각했고, 기존 종교에서 느꼈던 불합리함, 불평등이 없어 원불교에 호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정녀지원서', '정녀선서식'이라는 말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교법에서는 남·녀 차별이 없다고 들었는데, 교단이 교법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지금은 가부장제 이념과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하던, 여성의 자유를 강탈하고 인권을 유린하면서까지 열녀가 되기를 권장하며 여성을 억압하던 조선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신제품이며 새 종교라고 하는 원불교 아닌가?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아닌가? 이런 원불교가 여성에게만 독신수행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그러면서도 여기저기 원불교 소개하는 곳을 보면, 원불교는 남·녀 차별이 없고 남·녀 전무출신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전에 어떤 교도님에게 원불교는 여자 교무님들에게 독신의 의무가 있는지 물어 보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래 그런 법이 없다”고 하셨다. 그저 여자 교무님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독신으로 살아 가신다고 했다. 그 교도님은 오랫동안 교도로서 생활하고 계신 분인데도 정녀지원서 존재를 모르고 계셨다. 이런 교도님들은 교무 자격에 남·녀 차별이 없다고 알고 있고, 사람들에게도 원불교는 교무 자격에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혹시 그 교도님은 사실을 알면서도 내게 거짓을 말한 것일까? 누가 내게 원불교는 남·녀 차별이 없다는 질문을 해도 당당하게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독신 수행을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남자 교무님들처럼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수행에 어떤 강요가 따른다면 진정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독신이든 아니든, 그것이 수행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러 종교에서 독신 수행자들이 오히려 은밀하게 가정을 갖거나 계율을 어기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독신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결혼을 해서도 더 많은 가족과 친척들을 교화하고 구제하면 좋지 않은가? 오히려 독신 수행자보다 더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교화와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집착 요소 등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독신을 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장한 일일 수도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면, 어려운 경계를 피해 달아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현재 상황에서는 여자 교무님이 스스로 독신을 선택했는지, 강요로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자발적으로 독신의 길을 택했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선서식까지 할 일인가? 정남, 정녀선서라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냥 묵묵히 꿋꿋하게 자기 수행의 길을 가는 것, 수행자로서의 삶을 보여 주는 것이다.

현재 교단은, 독신 수행자가 수행을 더 잘한다, 여자 교무가 결혼을 하면 교무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편견, 주착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혼한 교도, 특히 여자 교도들을 볼 때도 수행을 잘 못하는 교도로 차별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일원의 진리는 테두리가 없고 유무도 초월하고 생사도 초월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원불교 교단은 남·녀도 초월하지 못하고 독신이냐, 아니냐로 수행자의 자격을 논하는구나. 시대적으로 앞서 나갔던 대종사님을 1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 대종사님 제자로서 자격이 있을까? 교법에 맞게 지금 당장 남녀평등을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원불교는 남녀차별이 있다'고 교법을 바꿔야 할 판이다.

원불교를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마음이 '정녀선서식', '정녀지원서'라는 것이 있음을 보고 실망하는 마음, 의심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화가 나는 것을 본다.

장경원 교도(동대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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