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힘을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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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힘을 빼세요
  • 관리자
  • 승인 2016.12.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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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교무의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우리가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것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요골수립을 한다고 해서 자칫 잘못하면 가슴을 과하게 쭉 내밀 듯이 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이 자세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 그렇게 앉아서는 기운을 아래로 내리기 어렵고 호흡이 도리어 명치 끝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허리를 곧추 세우되 가슴에 힘을 빼고 등을 평평하게 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가슴(명치 끝)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히고, 어깨와 팔꿈치를 편안히 떨어뜨린 상태에서 등의 좌우 견갑골 사이가 충분히 펼쳐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등과 허리를 펴야 합니다. 가슴을 지나치게 펴게 되면 일단 숨이 금방 차오르게 됩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가슴을 오므려도 한쪽에 치우치게 됩니다.

가슴을 활짝 폈을 때와 오므렸을 때 중 어느 쪽이 숨을 쉬는 데 편한지 실험해 보면 전신에 힘을 뺀 다음 가슴과 등이 고루 평평한 자세일 때 호흡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 전신의 힘을 단전에 툭 부리기에 적합해 집니다. (그림)

내생애첫명상.jpg

'요골수립'과 한 쌍을 이루는 문장이 '긴찰곡도(緊紮穀道)'입니다. 여기서 '긴찰'은 긴장과 이완을 의미하는 것이고, '곡도'는 곡식(穀食)의 길, 소화기 계통의 내장 또는 항문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항문을 꽉 조인다는 의미로 이해하기 쉽니다.
사람이 숨을 거둘 경우 가장 먼저 풀어지는 부위가 항문이라고 합니다. 평상시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긴장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긴찰곡도'는 항문(肛門)을 조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항문은 일종의 문(門)이지 길(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람의 생식기와 항문 사이에 위치한 회음혈(會陰穴)이라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이 회음에 의식을 집중하면 단전에 기운을 모으기가 수월해 집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항문도 조여지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앉아서 항문부터 인위적으로 힘을 가하면 자동적으로 명치끝이 막히고 호흡을 가로막게 됩니다.

무술이나 스포츠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 공통적으로 '힘을 빼라'는 조언을 듣게 됩니다. 우리가 신체 어느 부위든 인위적인 힘을 주게 되면 그 부위가 경직되고 막히게 됩니다. 막히면 기가 한 곳에 쌓이고 통하지 않게(不通) 됩니다. 이 불통을 풀기 위해서라면 우선적으로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특별히 긴장하는 신체 부위가 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녀서 선생님들께 지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깨에 힘을 준다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동기가 담겨져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허리가 긴장되어 있다면 불안감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평상시에 어느 부위에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거나 긴장하는지 몸에 대하여 알아차리는 것도 좋은 수행이 됩니다.
불필요한 긴장을 놓는 것은 마음을 닦는 명상이나 몸을 닦는 스포츠나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특히 명상 수행은 일방적으로 집중이나 이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을 배우는데 그 묘미가 있습니다.
몸에 힘이 빠져야 마음에 힘이 빠집니다. 그 다음에 집중도 이완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 청주교당 시민선방을 통해 입교.
* 지난 20여 년간 단전주·간화선·위빠사나·태극권 및 각종 기공 수련.
* 원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원불교 수행의 초기불교적 성격연구”로 석사.
*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Transpersonal Psychotherapy)박사수료.
* 지금은 한울안신문 편집장과 길용선원 지도교무로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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