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두와 경전 그리고 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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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두와 경전 그리고 성리
  • 관리자
  • 승인 2017.01.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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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교무의 정전산책 (86)l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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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두의 두(頭)는 의미 없는 접사입니다. 그러면 의두는 그냥 '의문'의 뜻이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의두는 '의심머리'로 풀이합니다. 의심머리는 의문의 핵심이라는 뜻으로 신문의 헤드라인 같은 역할입니다. 어떤 집약적인 문구입니다. 의두의 원형은 『수양연구요론』의 '문목'으로 '문제의 제목'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 그 문제의 총괄적인 내용이 내포되어 있기에 이 제목만 잘 간파하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장선에서 대종사님은 『정전』에서 의두란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의심나는 제목'이 핵심강령인 것입니다. 의심의 머리가 되는 것을 잡아서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마치 그물의 벼릿줄이나 옷의 깃처럼 그 핵심강령을 추어 잡아 전체를 쭉 끌어 당기라는 것입니다.

# 의두와 경전의 관계
의두는 경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전』「정기훈련법」에서 경전은 “공부인으로 하여금 그 공부하는 방향로를 알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경전은 공부의 방향로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전을 공부하다보면 모르는 부분이 생기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파악이 과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러할 때 필요한 공부가 의두입니다.
경전에 있어 문제의 핵심을 강령화하여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마치 오목렌즈로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처럼 경전과 의두는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그래서 논어에서는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學而不思卽罔),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라 한 것입니다. 학(學)이 경전공부라면 사(思)는 의두 공부인 것입니다.

의심이 있을 때 우리는 문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주적인 주인공이 됩니다. 의식이 낮기운이라면 의식의 기반은 밤기운(夜氣)라 할 것입니다. 의심하는 의식이 의식바탕의 존야기(存夜氣)에 숙성되어야 번뜩이는 영감이 발아됩니다.

# 의두와 성리의 관계
의두는 또한 성리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의두는 성리의 창구이면서 또한 출구입니다. 의두는 성리에 들어가는 단초 역할이면서 또한성리를 나투는 출구전략이기도 합니다.
의두와 성리에 공통으로 화두연마가 있습니다. 즉 의두로 화두를 단련하는 방법과 성리로 화두를 단련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의두의 방법으로써의 화두는 화두를 분석하여 단련한다면, 성리의 방법으로써 화두는화두자체를 관조하는 것입니다.
즉 화두를 통해 생각을 놓고 생각하는 그 당체로 직입하는 공부입니다. 이에 비해 의두는 생각을 잘 정리하여 명확하게 대소유무에서 시비이해로까지 분석하는 공부입니다. 예를 들어 화두로 성리에 든다할 때 처음은 화두의 뜻을 분석하여 어떤 의심이 생길 것입니다. 이때 이 의심하는 마음 자체를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이 알고자 하는 궁금함에만 집중하여 궁금한 그 마음 자체에 계합되는 것이 성리로써의 화두공부입니다.

이처럼 성리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굴러가는 생각을 뒤집어서 생각의 당체에 직입하는공부입니다.
『정전』정기훈련법에 성리란 “우주만유의 본래 이치와 우리의 자성의 원리를 해결하여 알자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주만유는 마음의 드러남입니다. 그러므로 성리는 마음당체의 근본(本)자리에서 우주만유로 드러나는(來) 마음의 이치를 관조하는 것이며, 분별주착이 없는 그러면서 신령스럽게 깨어있는 자신의 성품의 원리를 직관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성리를 체득하고 나면 이 성리는 현실의 대소유무에 따른 시비이해로 나투어야 합니다. 의두란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밝히는 공부인에게 사리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리에 바탕하여 사리 간에 명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대소유무의 이치에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실효과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두공부는 성리에 바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근본이 튼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리의 출구전략은 바로 의두요, 의두의 뿌리는 성리인 것입니다. 즉 의두는 성리의 용이 되며 성리는 의두의 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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