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공간을 찾아서(3)] 소담스러운 향기가 머무는 문학둘레길, 청운문학도서관
상태바
[새 연재][공간을 찾아서(3)] 소담스러운 향기가 머무는 문학둘레길, 청운문학도서관
  • 관리자
  • 승인 2017.01.25 0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신문 조우리 기자

청운문학도서관3.jpg

인왕산 자락을 품은 한옥도서관, 공부라는 말보다 사색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책이라는 말보다 휴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 있다. 대청마루 끝에 앉아, 따스이 비추는 오후 햇살을 맞으며, 하늘과 인왕산 자락에 안겨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 소담스러운 향기가 발길을 이끄는 문학 둘레길 끝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다.
도서관을 찾아가는 길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 버스가 인왕산 자락을 내달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서울 시내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윤동주 문학관' 버스정류장에 다다른다. 시인 '윤동주'가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사색하며 시상을 떠올렸다고 하니 과히 그럴 만도 하다. '윤동주 문학관'의 언덕을 지나 걷다보면, 담쟁이 넝쿨 담벼락을 사이로 빨간 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과 인왕산 봉우리가 절경을 이룬다. 발길 따라 가는 이 길이 좀 더 멀었으면 싶고, 한 눈에 서울 시내를 보는 것만으로도 뻥 뚫린 가슴을 시원스레 어루만진다.

한옥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발길을 멈추고 들어선 곳에서 그 풍경과 맑은 공기에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대청마루에 걸터 앉아 햇살이 주는 따스함을 맞고 있으면, 겨울이 주는 매서운 바람도 봄바람처럼 산들거리고, 처마 끝에 머문 시선과 하늘을 보고 있자니, 신선이 된 기분이 마저 드는 이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공간을 찾아서 청운문학도서관(2).jpg

1층으로 된 한옥도서관은 시낭송 감상실과 세미나실, 열람실, 창작실 등을 갖추고 있다. 사각사각 거리는 흙길을 따라 발길이 머문 시낭송 감상실에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스타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낭송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옆에 마련된 시 항아리에서는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시를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되어 그날의 작은 시 한편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딱딱한 의자가 아닌 온돌바닥에 마련된 책상은 서당에서 공부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고 이 소박한 열람실은 한옥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지붕에 올린 기와는 가마에서 직접 구운 전통방식으로 제작되었고, 낮은 담장기와는 돈의문 청운문학도서관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기와 3000여 장이 사용됐다고 한다. 기와가 주는 멋스러움과 따뜻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이나 이곳에 머물게 된다.
열람실 안쪽에 마련된 대나무 숲 쉼터에는 바람에 부딪히는 잎이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지친 마음을 청정하게 달래준다. 일반 열람실과 카페, 다목적실, 어린이 전용 공간 등 작지만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이 한옥도서관이 공부라는 말보다 사색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인왕산 자락에 앉은 터 때문인지, 한옥이 주는 운치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을 산책하며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썼을 윤동주 시인이 떠오른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시 中) 어둠이 깔리는 저녁노을을 벗 삼아, 이곳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렸을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뭉클하다.

공간을 찾아서 청운문학도서관.jpg

우리는 도서관에서 꼭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느 공간에서든 마음을 열고 사색을 통해 멋진 시 한 편을 썼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의 진정한 공부가 아니겠는가! 몸과 마음이 탁 트인 곳에서 휴식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도서관, 그 곳에서 인생의 시 한 편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윤동주 시인처럼 말이다.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40
조수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