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도깨비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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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도깨비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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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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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마포교당,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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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 지난주에 종영한 TV드라마로 요새 가장 핫(?)한 드라마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공유의 패션이 연일 화제였고, 드라마 배경음악은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공유가 연기한 인물 주인공 '김신'은 고려의 무사인데 왕에 대한 역모로 몰려 가슴에 큰 검이 꽂혀 사망하였다. 그런데 김신은 그 죽음이 너무나도 원통하고 억울하여 가슴에 검이 꽂힌 채로 900년을 도깨비로 살아왔다.
도깨비 가슴속의 검은 도깨비신부로 점지된 한 여인만이 뽑을 수 있도록 설정되었고 도깨비는 마침내 그 도깨비신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깨비와 도깨비신부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도깨비의 900년 전 억울한 사연과 현재가 겹치면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가슴속의 검. 가만히 보면 가슴속에 검이나 칼이 꽂힌 채로 살아가는 것이 도깨비만은 아닌 것 같다. 억울한 일로 평생 괴로움을 당한 이들은 역사속에서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 지금 2017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가. 소위 '갑을관계'에서 '을'의 서러움, '흙수저'의 처량함. 이런 것들이 우리 가슴속에 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땅콩회항사건'에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분노하였던 것도,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부정입학에 많은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이를 용서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은 매일매일 자신들이 느끼고 아파했던 것들이 그 사건을 통해 더욱 강하게 공감되어 이를 표출하였던 것은 아닐까. 타자를 보면서 자신의 가슴 속에서 꽂혀 있는 비수의 아픔이 더욱 새삼 강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그럼 이런 우리 가슴속의 검은 누가 뽑을 수 있을까. 드라마속의 도깨비처럼 우리도 한방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깨비신부를 찾아야 할까. 올해는 마침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니 한번 근사한 대통령을 뽑아 속 시원해지지기를 기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역사속에서 어느 누구도 국민, 백성의 근심을 한방에 해결해준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성인군자들이 우리에게 왔다 갔지만 당대에 세상이 바뀐 경우는 없었다. 울림은 있었지만 세상이 바뀐 것은 그들이 떠난 후 이들의 뜻을 지지한 많은 대중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불교의 역사가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역시 어떤 큰 지도자 한명의 영도력으로 인해 뚝딱 탄생한 것이 아니다.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 독립선언, 프랑스대혁명 등을 통해 당시 대중들의 노력과 열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시 60년 4.19혁명, 87년 6월항쟁 등 국민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대종사께서도 대중들에게 스스로 일어나도록 제도하였지 대중들로 하여금 당신에게 기댈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우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우리 가슴속에 한 맺힌 검을 뽑는 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드라마 속의 도깨비도 도깨비신부의 손을 빌리긴 하였지만 도깨비 자신이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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