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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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 관리자
  • 승인 2017.02.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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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 겨울선방을 다녀와서 ㅣ 유성우 교도(수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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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선방은 어쩌면 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이미 20대 후반이고, 직장 구하기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17년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으로 시작점을 잡으면 좋을까, 이번 대학선방으로 잡아보면 어떨까'하는 그런 생각.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 속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번 선방을 통해 조금은 정리된 것 같아서 너무 뿌듯했다. 조금 늦게 입선했지만 여러 좋은 교무님들과 도반들 덕분에 바로 잘 어울리며 생활할 수 있었다.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마음을 볼 수 있었던 회화시간과 선(禪) 수련 시간 등 이번에도 역시 알찬 프로그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선방 또한 울고 웃는 도반들이 참 많았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역시 선 수련 시간이었다. 우는 교우들을 위로해주고 함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니 나 또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아픔들이 하나 둘 씩 있구나'하며 '나는 과연 있을까, 혹시 있지만 꺼내기 두려워서 안 꺼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없는 건지 있으면서 안 꺼내는 건지 결론은 꺼내지 못한 거였지만, 다음번에 언제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꺼내보고 싶다.

혹시 이번 훈련이 지난번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몰입하여 마음 속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더 업그레이드된 수련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난번 선방 때 가장 기쁜 순간을 담아놓으라고 하셔서 햄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그 순간을 담아 놓은 기억이 난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던지 아직도 그 순간을 담아 둔 곳에 손을 올리면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번 훈련에도 마찬가지로 내 가슴에다가 너무나 큰 행복을 저장하였다. 행복의 초록색 회오리가 내 몸을 휘감아 하늘로 뻗쳐 올라갈 때 나도 모르게 좋아서 미소가 절로 났던 기억이 난다. 정말 잘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보아야겠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박대성 교무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는데 “나 자신을 인정해야 변화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내가 지금 어떠한 상태이며, 어떠한 마음가짐이고 어떠한 자세인지 먼저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변화할 수 있다”는 말에 무언가 마음이 '쿵!'하고 요동을 쳤다. 그동안 '난 이렇지 않아, 난 안 그래'라며 밀어 내려했던 내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단 것을. 이제는 인정하기로 하였다.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듯하여 감사하고 뿌듯했다.
내면적으로는 복잡하였던 마음의 정리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길러졌고, 외면적으로는 좋은 인연들을 더욱 많이 만나게 됐다. 기존에 알았던 인연들 또한 다시 이곳 선방에서 만나 같이 선을 하다 보니 더욱 친해지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또한 이런 도반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언제나 힘들 때 힘이 될 수 있는, 함께 성숙해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옆 도반들이란 생각을 하니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선방에서의 인연들과 계속해서 연을 이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추운 겨울, 만덕산에서의 일주일은 이번 남은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커다란 마음의 힘을 내게 주었다. 활불의 장에서 이 선의 기운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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